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 스타일이 바뀌었다는데

입력 2020-09-17 08:55   수정 2020-09-17 08:57

[09월 17일(08:55)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전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일본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주활동 동향을 점검해 눈길을 끕니다. 아직 초기인 국내에선 일본 사례들에 아무래도 관심이 쏠릴 듯 합니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했습니다.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이 점차 활성화하는 추세죠. 일본에 진출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전략이 요즘 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엔 지분을 대규모로 확보해 경영권을 위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공격적인 스타일이었죠. 근래 들어선 주주권리 행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으로 기업과 대화 등 건설적인 방법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답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가 갖고 있는 일본 주식 규모는 2015년 6월 약 1조5000억엔에서 2019년 말 3조4000억엔으로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적인 주주활동 대상이 된 일본 기업 수는 2013년 14곳에서 지난해엔 65곳으로 늘었고요.

이 중 15곳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주주총회 기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로부터 주주제안을 받은 일본 기업 수가 23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일단 올림푸스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밸류액트캐피털은 광학기기 제조사인 올림푸스 지분을 취득하고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이사회 구성 변화를 요구하는 비공개 주주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국내에서 카메라 제조사로 널리 알려진 올림푸스는 의료 내시경 분야에서 점유율이 세계 1위랍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의료기기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죠. 밸류액트캐피털은 2017년부터 올림푸스 지분 투자를 시작했고 2018년 5월 지분율이 5%를 초과했습니다.

밸류액트캐피털은 당시 올림푸스 주가가 시장 평균 대비 부진했지만 수익성 개선과 해외 사업 강화를 통해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수준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를 지속했다고 하네요.

결국 올림푸스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밸류액트캐피털이 추천한 외국인 사외이사 3인을 신규로 선임한다고 발표합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일본 기업의 이사회에 진입하는 건 매우 드문 사례"라면서 "발표 이후 올림푸스 주가는 10% 이상 상승했는데 사업 구조 개편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올림푸스는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카메라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홍콩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전자기기 제조사인 선전자에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선전자는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던 상황이었죠.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경영진의 부족한 재무 역량과 자회사 주식의 제3자 배정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 이사회의 감시 기능 실패를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손실을 내고 있는 국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자회사의 정보기술(IT) 사업을 강화하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올해 개최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과반수 찬성을 얻어 가결됐고요. 결과적으로 이사회 구성에 대대적인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주주제안 가결을 위해선 기타 주주들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일본 언론은 약 20%의 지분을 보유한 창업자 가문이 주주제안을 지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임시 주총 이후 지분을 추가 매수해 16.15%까지 지분율을 확대했습니다. 주요 주주로서 관여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고요. 지난 7월 말 선전자의 주가는 임시 주총 시점으로부터 60% 이상 상승했습니다.

송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은 자사주 매입, 경영효율선 개선 등 각 사례별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경영 쇄신을 위해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주 관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기업이 당면한 문제점과 저평가의 원인을 분석하고 실행 가능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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