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오른건지 내린건지…국민 헷갈리게 하는 정부

입력 2020-09-17 11:55   수정 2020-09-17 13:4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장률 전망을 놓고 정부의 '통계 유리하게 해석하기'가 반복돼 정확한 경제 현실 인식에 방해만 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OECD는 16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20개국(G20)의 성장률 전망치를 담은 '중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1.0%로 제시했다. 가장 최근 전망치(-0.8%)보다 나빠졌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같은날 보도자료에서 "OECD는 한국 성장률을 -1.0%로 6월 전망 대비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 뒤에 "전망 상향 폭은 8월 한국경제보고서 발표(+0.4%포인트) 당시보다 다소 축소됐다"고 썼다.

정리하면 OECD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6월 -1.2% → 8월 -0.8% → 9월 -1.0%로 조정됐다. 성장률 전망치는 가장 최근 수치와 비교해 보는 것이 원칙이다. 즉 17일 OECD 보고서는 '한국 성장률 전망이 지난달에 비해 -0.2%포인트 하향됐다'는 게 핵심인데, 굳이 6월 전망치를 끌어와서 "상향됐다"고 하고 "전망 상향 폭이 축소됐다"는 어려운 말까지 동원한 것이다.

OECD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올 3월만 해도 2.0% 상승이었다. 이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3.0%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6월 전망치와의 비교만 강조했다. 통계를 최대한 좋게 해석하기 위해 유리한 지표를 '취사선택'하고, 무리한 설명을 늘어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의 헷갈리는 설명은 17일에도 계속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1.0%로, 8월 전망(-0.8%)보다는 하향 조정됐으나 6월 전망(-1.2%) 대비로는 상향 조정됐다"고 했다. '상향 폭 축소'라는 표현도 또 썼다.

홍 부총리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OECD는 여러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대부분 권고가 현재 우리 정책 방향과 부합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고도 했다. 재정 확대 기조 유지,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 디지털·환경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권고안이 한국 정부가 이미 이행하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이란 권고는 잘 안지켜지는 편이라는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전국민 소득 지원책은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 일부 도시 국가에서만 채택한 정책이다. 미국도 비슷한 정책에서 일부 고소득층은 제외했다. 최근 발표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모든 13세 이상 국민에 통신비 지급, 12세 이하 아동돌봄비용 지원 등이 담겨 사실상 '보편적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OECD 권고안엔 "단기 근로 프로그램과 임금 보조금 정책은 기존 일자리를 보존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위기 이후의 바람직한 구조조정을 방해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 정부는 세금으로 인건비를 주는 '직접일자리' 등을 대폭 확대하고 있어 OECD 지적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런 권고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민으로 하여금 경제 현실을 바로 보게 하려면 정부가 주요 경제 지표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 전망의 경우 지난달보다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핵심에 집중해야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OECD는 "지난달 중순 이후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가장 최신 수치에 대비해 보는 것이 맞다”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경제 현실을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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