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인데…LG화학 전지사업 분사, 악재일까 호재일까

입력 2020-09-17 16:03   수정 2020-09-17 16:51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분사 소식에 회사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LG화학이 전지사업을 물적분할한 후 신규상장(IPO)할 경우 LG화학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한 회사측은 "전지 사업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면 모회사(LG화학)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패닉셀'이 이어졌다. LG화학은 17일 6.11% 하락한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분사 소식이 알려진 16일부터 이틀간 주가는 11%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5조7000억원이 날아갔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개인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LG화학(600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141억원, 39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정보에 빠른 기관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에 피해를 막아주십시요"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분사 방식에서 비롯됐다. 물적분할은 분할신설법인(LG에너지솔루션)을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둔다는 의미다. 만약 인적분할을 선택했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LG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분할 재상장이 되기 때문에 별도 IPO를 통한 신규자금 유입이 불가능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효과적인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측은 물적분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 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법인의 지분을 나눠주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법인의 지분을 나눠주지 않는다. LG화학 주주들은 LG화학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을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주주→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지배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 이후 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신설회사의 자본금은 늘어나지만, 모회사인 LG화학의 지분율은 줄게 된다. 그만큼 기존 주주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모회사에는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의 사업이 남게 되는데, 전지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 입장에서는 성장성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져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NH 미래에셋 KB 메리츠 대신증권 등은 일제히 리포트를 내고 "배터리 사업 분사는 기업가치 상승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적분할이냐, 인적분할이냐의 문제는 단기적인 잡음일 뿐 분사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배터리 사업은 연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자본 집약적 사업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글로벌 고객사를 두고 있는 LG화학 입장에서는 이들을 FI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분사가 필수적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앞으로 다가올 배터리 공급 부족을 우려해 배터리 기업들과 앞다퉈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는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LG화학 입장에서 대규모 호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SK케미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SK케미칼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순수 배터리 기업이 되면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의 PER(주가수익비율) 격차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45조원)이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임에도 CATL(78조원)에 비해 저평가된 것은 여러 사업부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라며 "분사 후 전지사업본부는 지금의 LG화학 전체 시가총액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회사측은 LG에너지솔루션 IPO 계획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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