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희 "극도로 몰입하거나 집착 버려야 최고의 퍼포먼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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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7 17:39   수정 2020-09-18 03:01

김송희 "극도로 몰입하거나 집착 버려야 최고의 퍼포먼스 가능"


“여기까지 온 것만도 정말 대단해, 이미 잘했어.”

이미림(30)의 선수 인생은 이 한마디로 180도 달라졌다. 김송희 템포디올 이사(32·전 LPGA 프로골퍼·사진)의 일상도 그랬다. 마법 같은 ‘한마디’를 건넨 주인공인 그는 ‘기적 같은 우승의 연출자’로 하루아침에 떴다. 방송 출연, 언론 인터뷰, 레슨 문의까지 전화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 17일 경기 화성시 동탄의 템포디올 골프 아카데미에서 만난 그는 “미림이가 역전우승을 하고는 스스로 미쳤다고 했지만, 나도 너무 놀랐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말의 힘은 대단했다. 지난 14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 연장을 앞둔 이미림이 “샷이 갑자기 너무 안 된다”며 그에게 전화로 SOS를 쳤다. 18번홀 샷 이글, 16번홀 칩샷 버디, 6번홀 칩샷 버디. 연장으로 그를 이끌어준 세 번의 기적이 일어났지만, 사실은 샷이 흔들린 결과였다. 김 이사의 조언을 들은 이미림은 연장전에서 티샷과 세컨드샷, 칩샷, 퍼팅을 모두 차분히 성공시켜 홀로 버디를 잡았고, 생애 첫 메이저 퀸이 됐다.

김 이사는 “미림이가 내 말이 정말 와닿았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우승한 것만큼이나 기뻤다”고 말했다.

얼핏 특별할 것 없는 한마디였지만 김 이사가 건넨 이 말 뒤에는 철저한 ‘심리적 계산’이 숨어 있었다. LPGA투어 프로 출신인 그는 2017년 연세대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써낸 논문이 ‘프로골프 선수들의 첫 우승 전·후의 심리적 요인 탐색’이었다.

그는 다수의 첫 우승자를 인터뷰한 결과 프로무대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은 기량 면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고, 심리적 요인이 우승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나는 ‘죽기 살기’의 생각으로 간절하게 바랐을 때, 또 하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다. 그때 그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다.

“우승을 경험한 선수의 멘탈에는 어정쩡한 게 없었어요.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에만 몰두하거나, 자신을 가뒀던 집착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정점에 도달하더군요.” 지난 6월 골프 국가대표 후배인 이미림이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며 찾아왔을 때도 기술적인 조언보단 “단순해지라”는 조언부터 한 배경이다.

김 이사의 한마디는 당시 연장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과 부담감에 휩싸였던 이미림의 멘탈을 일종의 평정심으로 가득찬 ‘존(zone)’에 들어서도록 이끌었다. 김 이사는 “우승을 세 번이나 경험한 미림이의 기술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미림이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그와 같은 조언을 건넨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LPGA투어에서 활약했다. 현역 선수 시절 ‘제2의 박세리’로 불릴 정도로 미래가 창창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끝내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준우승은 여섯 번이나 기록했지만, 항상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0년엔 상금 약 360만달러를 벌어 ‘우승 없이 최다 상금을 번 선수’라는 불편한 칭호까지 달리기도 했다. 당시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드라이버 입스(yips)에 ‘비행공포증’까지 생겼고 결국 한국행도 미국 잔류도 아닌, 은퇴를 결심해야 했다. ‘나는 왜 우승을 못했을까.’ 그가 스포츠심리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다.

“미국에서 타고 가던 비행기가 어느 날 엄청 크게 흔들렸어요.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느꼈고 그 이후론 비행공포증이 생겼죠. 그 느낌이 잊혀지지 않아 비행기를 타기 전날엔 밥도 못 먹고 공포감에 짐을 싸지 못한 적도 많았어요. 제게 항상 ‘아까운 선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요. 지금은 ‘더 버텼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긴 해요.”

김 이사는 앞으로도 이미림처럼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찾아 제 기량을 찾아주는 것이 목표다. 그는 “적어도 내 실수를 반복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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