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중·러 '헛발질'이 美와 우방 더 결속시킨다

입력 2020-09-17 15:16   수정 2020-09-17 15: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독일과 같은 우방국을 소외시켜 중국과 러시아에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이용해 미국과 유럽을 이간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커져왔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럽 주요국의 여론도 악화됐다. 그런데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유대 관계를 더 강화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는 독일 국민을 화나게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발니 사건으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중단하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는 시위로 궁지에 몰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은 루카셴코를 반대하는 벨라루스 국민의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더하다. 마치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잃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홍콩 통제, 대만에 대한 위협 등은 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인권 신장 노력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밀로스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이 9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에 대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만 입법원 앞에서 진행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의 연설은 도발적이었다. 그는 냉전이 한창일 때 베를린에서 열린 존 F 케네디의 연설 같은 방식으로 대만을 지지하겠다며 “나는 대만인”이라고 중국어로 말했다.

최근 유럽 주요국과 중국의 관계는 급격히 나빠졌다. 프랑스는 화웨이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산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유럽 전역의 노력을 요구했고, 독일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선언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체코 상원의장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사건들은 몇 가지 결론을 시사한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 어느 쪽도 유럽과 미국을 갈라놓기 위한 전략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분적으로 이것은 유럽 국가들이 높은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후 변화 대응부터 인권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유럽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충족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둘째, 대서양을 잇는 유럽과 미국의 동맹은 외부 위협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은 서로를 좋아하거나 찬성하지 않았지만 나치 독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함께 일했다.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도 서로 좋아하진 않지만 둘 다 최우선적인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다. 미국의 좀 더 부드러운 외교 정책이나 독일의 좀 더 유연한 정부가 대서양 횡단 동맹을 더 부드럽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동맹을 지탱하는 건 아니다.

셋째, 우리는 적들의 키가 10피트(약 3m)는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외교 정책에서 충분히 실책을 하기도 하고, 유럽 동맹국들도 가끔 실수를 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같은 비밀스럽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역시 오류에 빠지기 쉽다. 독재정권은 자국민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해외 파병 등이 얼마나 역효과를 낼지 잘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 내부의 비판자들은 독재정권의 위협에 쉽게 겁먹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 정부는 쉽게 복종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중국 모두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여전히 분열되고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도 자신들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올해 남은 시간 동안 더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계속 세계를 분노하게 하면서 각국이 경각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의 허장성세가 주변국 동맹을 오히려 강화하게 한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많은 나라의 방어 동맹을 더 견고하게 하고 있다.

원제=Russia and China Wield Dull Wedges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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