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단 대만'…美 고위급 인사 '또' 대만 방문

입력 2020-09-17 15:16   수정 2020-09-17 17:15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17일 대만 땅을 밟았다.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40여년 만에 대만을 방문한 국무부 관리로서는 최고위급이다. 중국은 대만을 '통일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인 만큼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17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크라크 차관이 이끄는 미국 국무부 대표단은 이날 오후 타이베이에 도착해 19일까지 2박 3일간의 공식 대만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명목상으로는
오는 19일 진행될 고(故)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고별 예배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대만 언론들은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 초점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국과 대만 간의 경제 협력 강화 의제에 맞춰질 것으로 관측했다. 중앙통신사는 대신 크라크 차관이 방문 기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쑤정창(蘇貞昌) 행정원장 등 대만 고위 인사들을 만나면서 경제·상업 대화 준비 문제를 포함해 산업 공급망 안보, 기술·에너지 협력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기 판매 역시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론과 하푼 대함미사일, 대전차 미사일, 고속기동용 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무기 7종을 한꺼번에 판매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은 미국의 대만 중시 흐름을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전선 파트너로 대만을 꼽고 있다. 지난달 미국과 대만 단교 이후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었다. 첨단 무기 수출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에선 드론과 하푼 대함미사일, 대전차 미사일, 고속기동용 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무기 7종의 수출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이 대만에 향후 10여년에 걸쳐 F-16 전투기 66대를 620억달러에 수출하기로 했다.

리 전 총통의 추모 행사 자체도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있다. 중국은 리 전 총통을 '대만 독립 세력의 수괴'라고 강력히 비난하지만 미국은 그를 대만의 민주주의에 공헌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리 전 총통의 추모 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정식으로 보낸 것은 대만을 중화인민공화국의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의 보루'로 규정하는 차이잉원 현 총통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 어떤 식의 공식적 왕래에도 반대한다"며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날뛰도록 조장했으며 중미 관계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군사 도발도 감행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밤 인민해방군(PLA) Y-8 대잠수함 전투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IDZ) 서남부 지역에 진입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중국은 지난달 에이자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전투기를 띄워 도발했었다.

크라크 차관이 반(反)중국 경제 블록 구상으로 평가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앞장서 추진해온 인물인 것도 중국에게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크라크 차관은 세계 각국에 '화웨이 보이콧'을 앞장서 촉구해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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