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첼로, 바이올린처럼 콘트라베이스도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어”

입력 2020-09-21 11:21   수정 2020-09-21 13:46


[나연주 기자] 현악기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고 있는 악기,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더블베이스라고도 한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대중들에게 익숙한 악기는 아니지만 2m에 가까운 크기만큼 이 악기가 주는 울림 또한 크게 다가온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는 등장부터 이슈가 됐다. 2006년 17세의 나이로 독일 ‘슈페르거 더블베이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이듬해 러시아 ‘쿠세비츠키 더블베이스 콩쿠르’에서도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에게는 늘 ‘신동’, ‘영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피아니스트 어머니, 더블베이시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을 접해왔던 그. 이어 동생 더블베이시스트 성미경까지, ‘더블베이스 가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동’, ‘영재’라는 수식어를 얻기까지, 그에게는 타고난 실력이 아닌 ‘인내’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 인내로 지금도 콘트라베이스를 대중적인 악기로 만들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가 준비한 새로운 도전, 챔버뮤직이다. 각기 다른 독주 악기들이 모여 합주곡을 선보이는 것. 피아니스트 임현진, 베이시스트 최진배, 바이올리니스트 이다은과 모여 색다른 음악을 들려줄 예정.

Q. 근황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이 취소, 연기가 되니 그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내가 할 수 있는 편곡도 하면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 그룹 앨범을 준비한다”

Q. 팀명은 정해졌나

“팀명은 가칭으로 더블베이스의 ‘B’를 넣어 ‘플랜B’. 챔버뮤직인데 악기가 다양하다. 재즈 베이스부터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피아노. 게다가 혼성이다. 한국에 이런 그룹이 없더라. 클래식 음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클래식의 근본적인 의미는 건드리지 않으며 편곡하고 있다. 그 음악을 최대한 쉽게 들려드릴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으려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 등 각자 보여줄 수 있는 색으로 우리만의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Q. 모두 다 제안에 승낙했나

“다행히도 음악적으로 나를 믿어주셔서 진행되지 않았을까. 나도 그들이 음악을 어떻게 하는지 다 알고. 특히 바이올린 연주하는 이다은 누나는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동기다. 서로 과거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음악 활동을 했고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하는지 너무 잘 아는 거다. 이 팀이 단순한 일회성 프로젝트팀이 아닌, 꾸준히 갈 수 있는 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멤버를 구했다”

Q. 활동 계획

“앨범 준비가 가장 큰 관심사고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팀 앨범과 동시에 솔로 앨범도 준비 중이라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솔로 앨범은 타이틀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I Love Contrabass’를 주제로 한다. 유명한 클래식 곡들, 이를테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생상스의 ‘백조’ 같은 음악들을 베이스를 통해 어떻게 들려 드릴까, 이 저음의 악기로 어떻게 표현될까 초점을 맞추고 기대하고 있다”

Q.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콘트라베이스만의 매력

“현악기 중 가장 저음을 담당하고 소리가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앞으로 뻗지는 않고 다 밑으로 들어간다. 솔로 악기라고 말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내가 솔로 활동을 하는 이유는 베이스를 알리고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게 1차 목표기 때문이다. 재즈 베이스랑 콘트라베이스는 서로 다른 캐릭터라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클래식 베이스 이미지를 첼로나 바이올린처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은 부분이다. 어렵지 않고 어린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강조하고 싶다”

“나는 어린 시절에 연습밖에 안 했다. 10살 때부터 시작해서 정신이 없었다. 어머니가 반주해주시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콩쿠르도 나갔으니 바빴다. 그래서 남들이랑 유년 시절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Q. 지금도 다른 점이 있지 않나

“내가 활동을 만 16살부터 시작했더라.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때부터 했으니 어떻게 보면 내 동료, 친구들보다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는 게 다르지 않을까”

Q. 어릴 때는 큰 콘트라베이스를 어떻게 다뤘나

“요즘에는 베이스가 첼로 사이즈로도 나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접하기 쉽다. 나 때만 해도 엄청 큰 악기로만 했다. 무겁고 크니 어디 올라가서 연습하고 활도 무거워서 연습하면서 힘들었다. 베이스 할 때만큼은 부모님께서 엄격하게 가르치셨다. 그러니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운동선수를 하려고 했다. 동네에서 대회도 나가고 농구를 하고 있었다.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잘해서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음악가이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을 권유하셔서 하게 됐다. 좋은 콩쿠르를 나가고 좋은 결과가 나오니 이 길이 맞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계속 깊이 있게 팠다”


Q. 콘트라베이스 신동으로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본인은 타고난 실력파, 혹은 노력파라고 생각하나

“인내라고 생각한다. 인내했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있는 거다. 매일매일 똑같은 연습이 정말 지루하다. 비교 대상이 없기도 하고. 내가 처음 할 때만 해도 주변에 베이스 하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다. 예술중학교에 다녀도 졸업할 때까지 베이스를 전공하는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았다. 외롭게 싸워왔다. 내게 끈기와 인내가 없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다”

Q. ‘콘트라베이스 신동’이라는 수식어에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전혀 없다. 베이스가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니 아직 그런 부담은 없다. ‘혼자라도 잘해야지’ 하는 강박감이 있다 보니 이미 베이스에 대한 사명감을 많이 느끼고 산다. 최선을 다해서 베이스를 알리고, 연주하는 것을 사랑하고 있지 않나”

Q. 뮌헨국립음악대학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한국에 돌아와 활동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독일에 4년 있었다. 독일에서도 활동이 많았는데 한국에 연주하러 많이 왔다. 그래서 독일 생활에 정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활동이 많다 보니 정신도 없을뿐더러 한국에 매니지먼트가 있어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갈 생각이었다. 한국 활동이 많아지기도 하고 졸업하고 난 후라 독일에 갈 동기가 없어진 거다. 독일 있을 때 마지막 콩쿠르다 하고 나간 게 ‘마크노이키르헨 국제콩쿠르’인데 개인적으로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의미 있었다. 이 콩쿠르를 하니 독일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한국에 돌아와 여러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Q. 크고 무거운 악기라 힘든 점도 많지 않나

“그렇다. 어렸을 때는 더 힘들었다. 무거우니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대학 생활을 만 16살에 시작했으니 운전도 못 하지 않나. 악기를 싣고 학교에 갈 수가 없어 답답했다. 학교에서 연습하고 싶은데. 악기가 무겁고 다니기가 어려우니까 대학 생활이 조금 힘들었다. 빨리 운전면허를 따고 싶었다”

Q. 대학 생활을 빨리 시작하게 된 계기

“중학교 3학년 때 줄리아드 스쿨(예비학교)에서 입학 허가서가 날아왔다. 당시 외국을 혼자 나가기에 어린 나이라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을 위해서라면 갔어야 했는데. 부모님과 상의하면서 한국에 있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뭘 하면 될까 계획을 세우다 보니 한예종에 일찍 입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더라. 오디션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볼 수 있어 최연소로 입학했다. 한국에서 활동해야 했으니. 그렇다고 고등학교에 다니기에는 너무 의미가 없어 줄리아드 스쿨을 포기하고 한예종 시험을 봤다”

Q. 줄리아드 스쿨을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나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줄리아드 스쿨을 갔다면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을 거다. 아마 미국에서 활동하지 않았을까. 한예종을 졸업하고 국제 콩쿠르에 나갔다면 줄리아드 스쿨에서는 동기들과 챔버뮤직 같은 걸 하지 않았을까. 미국에 있었다면 콩쿠르를 몰랐을 수도 있겠다”

Q.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베이스가 서서 하는 악기다 보니 골반이 틀어져 재활 운동을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다. 항상 조금씩 운동하고 몸이 틀어지지 않도록 트레이닝한다”

Q. 기억에 남는 공연

“다 기억에 남지만 혼자 루브르 박물관에서 베이스 독주회를 한 것. 내가 알기로는 베이스 연주자로서는 처음 초청돼 연주하게 됐다. 그때 ‘내가 이러려고 베이스 했구나’ 하며 좋았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알리고 내 악기, 실력을 알릴 수 있어 너무 좋았다”

Q. 함께 호흡해보고 싶은 뮤지션

“정재일 씨와 공연을 해보긴 했지만, 베이스 소리와 그가 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워낙 훌륭하시니 결합하면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 ‘기생충’ 전에도 같이 공연을 해서 그분이 얼마나 훌륭한 음악가인지 알아서 어떤 음악이 나올지 궁금하다”


Q.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

“이번에 만든 팀이 새로운 음악이다. 바로크 음악을 우리 스타일로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음악이 미술처럼 보일 수 있게 해보는 작업이다. 원곡에 훼손되지 않는 작업이 재미있다”

Q.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일반적인 대화에서 얻을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서 올 수도 있다. 일과에 다 있다. 장 보다가도 느낄 수도 있고, 뜻밖의 일상에서 오는 것”

Q. 쉴 때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특별한 취미는 없고 쉬지를 않는다. 쉬러 가도 일을 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기획하거나 만나서 얘기하는 게 재미있어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쉬는 거다”

Q. 슬럼프

“10대에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강박증이 왔다. 연습을 많이 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게 7년 정도 가서 쭉 잠을 못 잤다. 약도 없이 버텼다. 밤새워 연습하고 그런 루틴으로 살았다. 그때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히려 지금은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낸다”

Q.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

“아마 독립하고 난 후다. 대학 졸업하니 19살, 해에 나가면서 독립했다. 그때부터 나만의 확고한 음악적 색을 찾아가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다. 하나하나 머릿속에 정리되면서 단단해졌다. 정말 많은 책을 읽고, 여러 사람을 보며 유학 생활을 했다”

Q. 목표

“꾸준히 오래가는 사람이고 싶다. 음악을 당연히 하겠지만, 안 하더라도 꾸준한 나는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을 해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고 나만의 힘으로 꾸준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내가 그만큼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산다”

Q. 음악을 언제까지 할지도 생각해봤나

“아마 계속할 것 같다. 과거에는 먹고 살려고 했다면 지금은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100% 그 마음에서 오는 의미를 찾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 예전에는 음악과 삶이 모두 힘들었다면 지금은 행복하다.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고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인 것 자체가 행복하다. 그래도 음악을 안 해도 나는 행복한 사람 같다. 내가 본 많은 음악가는 음악을 안 하면 상상할 수 없다고 하는 삶을 산다. 나는 사실 그런 삶이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한쪽으로밖에 치우치지 않는 삶이 과연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런 불안감 때문에 음악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하려고 한다. 나는 나, 음악은 음악, 이렇게 따로 분리해서 살려고 하고 있다”

Q.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건 팬들 덕이다.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앞으로는 더 새로운 모습보다 이제는 악기보다 내가 보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그러니 기대해주고 앞으로도 음악으로 꾸준히 소통했으면 좋겠다”

에디터: 나연주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챈스챈스, 자라, 톰포드, 막시제이
슈즈: 프라다, COS
주얼리: 민휘아트주얼리
스타일리스트: 김다현
헤어: 고원 탄 실장
메이크업: 서울베이스 곽혜령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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