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민주화 환상'에서 깨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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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7 17:17   수정 2020-09-18 00:07

[시론] '경제민주화 환상'에서 깨어나야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국 사회의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경제민주화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인가? 아니면 그람시의 진지전 전략을 통해 한국 사회를 포획했으나, 그 사회주의적 속성을 은폐한 시대착오적 미몽(迷夢)에 불과한가?

애초 ‘경제민주주의’는 베른슈타인과 힐퍼딩의 수정주의에 기초해 1928년 독일노총(ADGB)의 나프탈리가 주도, 사회주의로의 이행 프로그램으로 제안하고 정립한 개념이다. 2차대전 후 집권한 기민당(CDU)에 의해 핵심 산업의 사회화를 주장한 경제민주주의와 상반되는 질서자유주의에 기초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독일의 경제질서로 관철되면서,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공동결정제’ 도입이 일부 수용됐다.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에서 출발한 경제민주주의가 현실에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제도화된 것이다. 하지만 노동이사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최근에는 공동결정제 도입 기업의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경제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그룹은 극좌 노선의 좌파당(Die Linke)과 노조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사민당(SPD)은 2007년 함부르크 강령 이후 경제민주주의를 사실상 폐기했다. 100년 전의 자본주의 문제에 기초한 경제민주주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독일 외 국가에서도 경제민주주의는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 혹은 구(舊) 유고 티토 정권의 ‘자주관리사회주의’ 등으로 실험됐다. 최근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후 경제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 혹은 몰락한 소비에트 방식이 아니라 반(反)자본주의 길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를 총괄하는 사회민주주의 전략으로 일부 좌파 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이런 서구의 경제민주주의 개념 및 경험과 동떨어져 진행됐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에 ‘경제민주화’ 조항은 ‘경제자유화’와 혼재돼 입법자 간 개념의 합의 없이 ‘알박기’로 삽입됐다. 그 후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동반성장론’ 혹은 ‘초과이윤 공유제’가 등장했고, 최근 ‘노동이사제’가 도입돼 경제의 전 방향으로 경제민주화가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다수는 재벌이 대한민국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인식과, 이를 위해 재벌개혁이 핵심이라는 입장을 공유한다. 이를 위해 재벌에 대한 순환출자 금지, 은산 분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골목상권 보호 등이 중심 이슈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며, 공정거래 고발권 확대와 다중대표소송제 등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초과이익공유제, 토지공유제 등도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재벌 규제 입법 중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경쟁제한 행위 규제를 넘어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별 규제가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 행위 규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기업에 역차별로 작용하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수많은 규제정책은 시장경제의 경쟁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사회주의적 이념인 경제민주화가 헌법에 경제질서로 규정돼 지난 30년간 자유시장경제를 훼손하고 정치적 동원과 반대 진영에 대한 낙인 찍기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해온 결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의를 앞세운 국가의 과다한 규제와 결과물의 재분배가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경제자유화와 대기업·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을 통한 건강하고 혁신적인 기업 생태계 조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진 복지국가인 독일에서도 기업 경쟁력 강화가 여전히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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