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획일적 재택근무 매뉴얼까지…정부 간섭 지나치다

입력 2020-09-17 17:19   수정 2020-09-18 00:09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제 재택근무를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중소·중견기업 관계자들과 비대면 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의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발표했다. 집이 답답하다고 근처 카페에서 일하면 근무지 이탈로 인한 복무 위반 소지가 있다든지, 재택근무 시간 중에도 자택 방문자를 확인하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고 집전화를 받고 무더위에 샤워를 하는 등 최소한의 일상활동은 양해할 필요가 있다든지와 같은 시시콜콜한 내용을 일일이 매뉴얼로 제시했다. 고용부는 이런 매뉴얼이 재택근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의 재택근무 방식에 대해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 식으로 매뉴얼을 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근 상당수 기업이 도입한 재택근무의 구체적 방식은 기업들이 알아서 정할 일이다. 직종별, 업종별, 기업별로 근무형태가 천차만별인 만큼 필요하다면 개별 기업의 특성과 여건에 맞게 매뉴얼을 정하면 된다. 정부가 나서서 미주알고주알 따지고 교통정리를 해줄 성격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매뉴얼이 결국 규제와 법으로 만들어질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지만 실제 사례에 원용되다 보면 규제로 굳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모든 기업이 업종별 특성과 무관하게 지켜야 하고, 기업 자율이 무시되면 재택근무의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선례가 적지 않다. 기업별 특성을 무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권고, 업종과 지역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 최저임금 인상 등이 그렇다.

기업의 재택근무는 대세가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88.4%가 사무직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재택근무 중인 사무직 근로자의 70% 이상은 생산성이 정상근무 때의 80~90% 이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매뉴얼은 오히려 새로운 논란과 분쟁을 만들 소지도 없지 않다. 진작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미국의 혁신기업 넷플릭스는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 직원들 근태관리법이라고 한다. 기업 경영엔 매뉴얼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가 만든 매뉴얼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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