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집' 샀더니 입주 막혀…집주인 vs 세입자 '소송대란' 온다

입력 2020-09-17 17:24   수정 2020-09-25 19:19


지난 7월 초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를 판 A씨는 전세 세입자 B씨로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A씨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7월 31일 이전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B씨는 “세입자 동의 없이 집을 팔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명도와 손해배상 등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갱신 조정신청 크게 늘어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7월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법 관련 상담 건수는 1만3504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770건)에 비해 74%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임대차 기간과 관련한 상담 건수는 438건에서 2105건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세입자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더 살 수 있는지,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혼란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률구조공단 분쟁조정위에 계약갱신과 관련해 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크게 늘었다. 이 기간 계약갱신종료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은 총 18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3건)의 6배였다.

가장 많은 갈등은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새 임대인)와 계약갱신을 원하는 기존 세입자 간 분쟁이다. 국토교통부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둔 주택 매수와 관련해 지난 10일 내놓은 해석에 따르면 세입자가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했으면 매수인이 집을 사도 입주할 수 없다.

매수인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세입자가 갱신 요구를 하는 경우에만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달 2일 “집주인이 임대를 놓은 상황에서 주택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매수인의 입주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던 해석을 뒤집었다. 다만 A씨 사례처럼 법 시행 전에 계약을 맺으면 예외를 적용받아 기존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K중개법인 대표는 “정부가 세입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일단 버티고 보자’는 세입자가 많다”며 “합의금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심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 해석 소송에서 뒤집힐 수도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관련한 분쟁 상담과 명도 소송 대행 등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은 임대차 관련 상담이 드물었으나 최근 한 달간 갑자기 30건 넘는 문의가 들어왔다. 김재윤 법무법인 명경 대표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겠다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많다”며 “앞으로 관련 송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들어가면 정부 해석이 뒤집힐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법의 기본논리와 상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매각을 위해 계약갱신청구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750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최유민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가해 행위가 위법해야 한다”며 “악의를 갖고 매도한 게 아닌 이상 실제 법원에서 750조를 적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향훈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법 자체가 완결성이 부족해 다양한 소송을 통해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며 “관련 판례가 쌓일 때까지 최소 3년간은 계약갱신청구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유정/신연수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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