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2년' 피하려 재건축 조합설립 속도

입력 2020-09-17 17:34   수정 2020-09-18 02:28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 도입을 앞두고 주요 단지들이 조합 설립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 시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에 한해서만 조합원 분양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는 예외다. 의무 거주를 적용받으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
재건축 속도에 매수세 붙어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동 한양2차재건축추진위원회는 오는 20일 조합창립 총회를 열 예정이다. 동별 동의율이 50%에 미달해 지난 3월 정비사업 일몰제로 구역해제 위기에 몰렸던 곳이다. 최근 동별 동의율을 높이고 전체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도 86%로 끌어올렸다.

조합원 간 갈등 등으로 17년째 사업이 멈춰 있던 잠원동 신반포2차는 조합창립총회 일정을 다음달 13일로 잡았다. 압구정동 재건축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특별계획구역 4구역과 5구역은 조합 설립 기준인 75%를 각각 채웠다. 중심에 들어선 3구역은 동의율 70%를 넘겼다. 압구정3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더 미루다간 조합 설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하던 이들 단지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는 건 2년 거주 요건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자격에 2년 실거주 규정을 두기로 했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의 실거주 비율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법 시행 이후엔 조합을 설립하기가 지금보다 더 힘들어진다. 새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하고 현금청산하게 될 이들이 흔쾌히 사업에 동의할 이유가 없어서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사두고 법 개정 전 조합이 설립되면 실거주를 하지 않더라도 새 아파트 분양 자격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압구정동에서 가장 넓은 면적대인 현대7차 전용면적 245㎡는 지난달 65억원에 손바뀜했다. 이 주택형의 마지막 거래인 지난해 5월(52억원)보다 13억원 오른 가격이다. 전용 157㎡도 지난달 42억원에 실거래돼 올해 초 35억5000만원 대비 7억원가량 올랐다.
추격 매수는 신중히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단지에 투자하려는 매수세가 붙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는 조합 설립 후 최장 10년 동안 팔 수 없기 때문이다. 1주택자는 10년을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해야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매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주택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자체가 안 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거주 요건이 위헌이란 논란이 불거지고 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경계심이 덜하다”며 “거주 요건이 강화되기 전에 빨리 사야 한다는 중개업소 말에 넘어가 덜컥 샀다가는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겹겹이 쌓인 재건축 규제도 부담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조합의 사업성을 낮추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보유할 때와 되팔 때의 세금도 무겁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환수제의 경우 단기간에 폐지되기 힘든 구조인 만큼 사업을 서두른 조합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임대사업자 등에 대해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속이나 이혼, 직장, 학업 등의 사유도 해당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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