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1조 대여…'조양호 숙원' LA호텔 지킨다

입력 2020-09-17 10:04   수정 2020-09-17 10:06

대한항공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 중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약 1조1170억원)를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 상당의 자금 대여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호텔·오피스 수요 감소에 따라 한진인터내셔널의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진인터내셔널은 9억달러의 차입금이 이달 중 만기도래 예정이다. 이에 대한항공이 대여한 9억5000만달러 중 9억달러는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고, 5000만달러는 호텔산업 경색으로 부족해진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셔널에 제공하는 대여금은 1년 이내에 대부분 회수된다고 밝혔다.

9억5000만달러 중 3억달러는 이달 말 대한항공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다시 한진인터내셔널에 대출하는 구조다. 이는 대출금을 전달하는 구조로 사실상 자사 유동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회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윌셔 그랜드 센터를 재건축해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한진인터내셔널 지분의 일부 매각, 이와 연계한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협의 중이다. 다음달 중 브릿지론을 확보해 3억달러를 상환받는 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3억달러는 내년에 호텔·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해소되고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돌려받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이 말랐던 대한항공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와 기내식 사업 매각 등에 성공해 자금 사정이 개선된 상황이다. 따라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평생 숙원 사업인 윌셔 그랜드 센터는 매각하는 대신 자금을 대여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년간 총 10억달러를 투입한 숙원 사업이다. 당시 과다 투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내외 목소리를 물리치고 전면 개발에 나섰다.

2017년 당시 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조 회장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자 로스앤젤레스와의 약속을 완성했다"면서 "윌셔 그랜드 센터는 한국과 미국, 대한항공과 LA 지역사회의 긴밀한 협력의 상징이자 LA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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