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넘어 화병 부르는 '코로나 레드'…규칙적인 명상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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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8 08:38   수정 2020-09-19 01:51

우울감 넘어 화병 부르는 '코로나 레드'…규칙적인 명상이 효과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8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화난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특정한 사안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억울한 마음이 생기며 분노, 무기력감에 빠지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화병이라고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생활이 크게 바뀌면 이런 감정을 호소할 수 있다. 평소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방식 등으로 풀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런 통로가 막혔다. 화를 제대로 통제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생기는 우울증을 일컫는 ‘코로나 블루’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화병을 ‘코로나 레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우울감과 화병 증상 등에 대해 알아봤다.

끙끙 앓는 속앓이로 시작
수직관계가 명확하고 엄격한 위계질서를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속앓이를 한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까운 가족에게도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 혼자 끙끙 앓고 쌓아두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출, 취미활동, 여행, 모임 등 일상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뜻대로 되지 않고 화가 나도 불만을 표현하지 못해 감정을 억누르면 울분과 화가 커진다.

이런 시기에 몸과 마음이 힘든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마음속 울분과 화가 임계치에 다다르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을 낸다. 예민한 상태가 이어져 분노와 화를 못 참는 사람도 많다. 억울함과 분한 감정을 자주 느껴 공격적 성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불안함과 초조함 때문에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이유 없이 한숨이 늘고 우울감을 느끼는 일도 있다. 윤지애 대전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체 증상으로 온몸에 열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목과 가슴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며 “종종 속쓰림,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이로 인해 식욕장애와 소화장애를 겪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분노가 만성화돼 고혈압, 중풍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흥분해 몸속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마음속 불편감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
가슴속 응어리도 치료 필요
대개 이런 울분 증상이 있을 때는 스스로 억울한 일을 되돌리거나 갚아주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감정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울분 감정이 있을 때는 내 편에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과 대화해 위로받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경험에만 몰두하는 것보다는 이를 벗어나 주의를 끌 만한 다른 재미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화가 난 상황을 받아들이고 억울함을 준 대상을 용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때는 스트레스를 주는 생각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낫다. 스스로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 개념을 가장 잘 담아낸 것이 명상”이라며 “명상은 주의를 한곳에 모아 여러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나를 잠시 떼어놓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했다.

명상은 수련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시간을 내 호흡에 집중하고 자신의 몸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설거지하거나 양치질하는 것처럼 매일 하는 행동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도 명상이 된다. 윤 교수는 “스트레스 사건에만 몰입해 괴로워하다가도 잠시 멈추고는 ‘나도 명상이나 해볼까’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명상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방법을 활용해 스스로 감정을 풀거나 가족과 대화해도 울분이 계속된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화병이나 울분으로 의료기관을 찾으면 적응장애, 불안·우울장애 등의 진단을 받게 된다. 항우울제 항불안제와 같은 정신과 약물을 먹고 심리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화 풀지 못하는 아이들도 스트레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지친다. 외출, 모임, 운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감과 우울,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다. 소아청소년 등도 성인처럼 불안, 우울, 불면 등을 겪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스트레스 반응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소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에게 생기는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만성 우울증으로 이어져 성인기까지 증상이 계속될 수 있다”며 “심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도 높다”고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시대에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와 아이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고 수시로 대화해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미취학 어린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툴다. 아이의 행동을 잘 살펴봐야 한다. 아이가 밤에 잠자리에 오줌을 싸는 야뇨증이 생기거나 이전에는 빨지 않던 손가락을 빨고 짜증, 공격성 등의 행동이 생겼다면 우울한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식습관이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상으로 사춘기 비행 호소하기도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등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우울증을 표현하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아기처럼 퇴행하는 애착행동을 보이는 아이도 많다. 두려움, 공격성 등이 증가할 가능성 또한 높다.

사춘기 청소년도 공격적인 행동이 늘어난다.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고 하거나 학습장애 등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아이는 어른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다”며 “아이와 자주 대화하면서 감정을 잘 표출할 수 있게 돕고 스트레스 반응 정도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반응이 심하고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침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시대 소아청소년에게 우울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어른들이 아이와의 대화에 공감해줘야 한다. 아이가 편하게 자신의 걱정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잠자고 밥먹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실내 운동도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삼가고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정보에 대해서는 올바른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음악, 목욕, 명상처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찾고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더라도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소통을 유지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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