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코로나 이유로 국정감사 축소하자는데…

입력 2020-09-21 09:00  

[찬성] 코로나 확산 방지 위해 국회도 모든 노력 기울여야
방대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부분 민주국가에서 입법부의 최대 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쇼크’가 닥친 위기 국면이다. 경제도 매우 어렵고, 방역도 여의치 않다. 무수한 자영업자 등도 폐업 위기를 무릅쓰고 ‘셧다운’을 감내했다. 확산 방지 차원에서 국회도 초긴장 상태가 계속됐다. 지난 9월 13일까지 국회에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밤늦게까지 국회 내 각 상임위원회의 소관 부처 공무원이 줄줄이 밀려들어 대기하고 있을 의원회관 복도도 썰렁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국회 관계자끼리 심지어 같은 상임위 의원끼리도 서로 얼굴을 맞대는 대면회의를 피할 정도가 됐다. 입법 업무와 대정부 활동에 경험이 적은 초선 의원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더욱 어렵고 난감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를 하려고 해도 사전 자료 수집이나 정책 질의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회가 폐쇄되면서 각종 공청회 및 정책과 관련된 전문가 토론회 같은 준비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판에 국정감사를 2주간이나 진행해 봤자 실효를 내기가 힘들다. 차라리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온라인을 활용하는 비대면 질의 방식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다.

행여라도 국정감사를 통해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거나 확산되기라도 하면 정부가 요구해온 ‘대면 자제’의 정당성도 찾기 어렵게 된다. 지금은 국가 기관 스스로가 확산 방지에 수범을 보여야 하고 앞서 실천해야 할 때다.
[반대] 국회의 권한이자 책무 유보…방만재정·독단행정 누가 감시하나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환승역에 가 보라. 코로나 국면이라지만 수많은 인파가 생업을 위해 북적이며 움직인다. 코로나 와중에도 필요한 생산과 소비 활동, 최소한의 교육 등은 진행되고 있다. 감염방지 수칙을 잘 지키면 국정감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위험 요인도 없다. 오히려 국회가 오랜 적폐인 증인 불러세우기를 하지 않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상임위 의원과 꼭 필요한 핵심 당국자만 출석해 국정의 구석구석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데 코로나가 얼마나 걸림돌이 된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번 국감은 21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올해는 본예산만 지난해 대비 9% 이상 늘어난 512조3000억원이 지출되는데, 빚을 내 쓰는 별도의 네 차례 추경편성 예산도 67조원에 달한다. 이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누가 감시하고 있나. 국가 부채는 얼마나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예산 지출뿐 아니라 난맥상을 보인 부동산 대책과 막대한 예산에도 실업자가 늘어나는 고용 대책 등 일련의 경제 정책, 길을 잃은 북핵 해법과 교착된 남북관계, 장밋빛의 한국판 뉴딜 정책 등 국회가 따져봐야 할 게 산적해 있다. 국정감사 기간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국회 스스로 국감 축소를 꺼내는 것은 권한 행사를 자제하는 게 아니라 주요한 책무를 회피하는 직무유기라고 봐야 한다. 코로나 국면이 아니더라도 국회가 바뀌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해외 방문 감사라든가 관련기관 공무원을 대거 불러내는 것도 모자라 민간의 기업인·금융인들까지 무더기로 증인으로 채택해 종일 대기시키는 행태의 갑질부터 없애야 한다. 국감의 효율성과 의원들 자질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 생각하기 - 거대 여당의 '정부 봐주기 꼼수'여서는 곤란
‘코로나 확산 방지’에도 명분은 있지만, ‘초슈퍼 예산’이라는 유례없는 확장 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도 중요하다. 더구나 국회에는 정부에 자료 요구권, 질의권 등 법적·제도적 권한이 있어 언론·사회단체 등의 감시 기능과는 차원이 다르다. 위기 국면이라면 그에 맞춰 더 효율적이고 냉철한 견제 역량이 발휘돼야 한다. 허투루 쓰이는 예산은 과도할 지경이고, 거칠기만 할 뿐 빗나간 정책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 관계라도 봐줄 게 있고, 그럴 수 없는 게 있다. 덩치가 매우 커진 21대 국회로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보자”며 단단히 별러온 야당의 공세로부터 정부를 보호해주고 싶기도 할 것이다. 여당이 정부를 몰아세우거나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이 때로는 제 얼굴에 침 뱉기처럼 보이는 것은 역대 국회에서도 봐 왔던 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는 입법부 고유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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