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통한 비만·당뇨 치료 가능성 열었다

입력 2020-09-18 11:49   수정 2020-09-19 01:47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야.”

한때 이 말은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핑곗거리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9년 정말 유독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연구팀이 성인의 몸에서 갈색지방을 찾아낸 것이다.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가 많아 갈색을 띠는 지방세포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 같은 존재로, 세포 내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생성한다. 과거에는 스스로 온도 조절이 어려운 아기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10여 년 전 연구로 성인에게도 갈색지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갈색지방이 선천적으로 많거나 활성화가 잘되는 사람은 체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해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 될 수 있다.

그럼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하는 걸까. 지난 8월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매개의학’에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슬린당뇨병센터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를 이용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과 비슷한 작용을 하도록 바꾸고, 험블세포라고 이름 붙였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 미토콘드리아에 UCP1이라는 단백질이 늘어난다. 이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대신 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가 생성되지 않으면 그만큼 더 많은 영양분을 태우게 되고 지방은 줄어든다. 연구진은 백색지방에서 UCP1을 많이 만들어 갈색지방처럼 역할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단을 먹어 무게가 늘어난 쥐에게 험블세포를 이식했다. 그리고 한 달간 같은 식단을 유지했다. 그 결과 이식받지 않은 쥐에 비해 몸무게가 훨씬 덜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인슐린 민감성이 강화되고 당내성이 최대 35%까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당내성은 우리 몸이 혈액에서 포도당을 제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당뇨병 환자는 당내성 수치가 정상인에 비해 낮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백색지방에서 UCP1 단백질의 발현을 늘리는 유전자 치료를 통한 비만과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위화 조슬린당뇨병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만과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세포 치료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세포 치료보다 효과는 적겠지만 생활 속에서 갈색지방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리 몸에는 험블세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베이지색지방이 있다. 베이지색지방은 평소에는 백색지방으로 존재하지만 몇 가지 환경적 조건에 따라 갈색지방이 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갈색지방이 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낮은 온도다. 온도가 16도 정도까지 낮아지면 베이지색지방은 갈색지방으로 바뀐다. ‘여름보다는 겨울이 살 빼기 쉽다’는 말이 과학적인 근거가 아주 없는 말은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은 운동이다. 2013년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이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과 갈색지방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운동을 한 사람에게서 UCP1 발현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땅콩, 포도, 각종 베리류에 많이 함유된 레스베라트롤과 홍합 바지락 등 해산물에 많이 들어 있는 숙신산 등이 갈색지방 활성화에 관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세포 치료 전까지는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인 듯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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