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시대 변화 놓친 엑슨모빌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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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8 17:29   수정 2020-09-19 00:08

[특파원 칼럼] 시대 변화 놓친 엑슨모빌의 추락

2014년만 해도 미국 굴지의 석유회사 엑슨모빌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손꼽혔다. 고공행진했던 국제 유가 덕이 컸지만 매년 순이익이 300억~400억달러에 달했다. 영광은 2017년까지 계속됐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최고 수익을 내는 ‘톱10’에서 빠지는 법이 거의 없었다.

승승장구하던 엑슨모빌은 지난달 말 충격적인 굴욕을 당했다. 뉴욕증시의 간판 격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된 것이다. 1928년 당시 스탠더드오일 이름으로 상장된 지 92년 만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애플의 액면분할이었다. 애플이 자사 주식 한 주를 4주로 쪼개는 과정에서 업종별 비중을 조정할 필요성이 생기자, S&P다우지수위원회는 엑슨모빌을 ‘우량주 30’ 명단에서 미련 없이 빼버렸다. 이 회사가 더 이상 미국 산업계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게 위원회 판단이었다. 엑슨모빌 시총은 현재 1600억달러 정도로, 1위 애플(1조9000억달러)의 12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세계 1등 기업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석유산업 시대의 쇠퇴라는 외부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석유 수요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휘발유나 경유만 쓰지 않는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달리는 자동차가 매년 20% 이상씩 늘고 있다. 10년 내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엔진 차량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 수요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비대면 경제 활동이 일반화하면서다. 석유가 과거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각국은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석유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엑슨모빌의 극적인 추락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핵심 경쟁사인 셰브런은 다우지수에 남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셰브런 시총은 국제 유가가 고점을 찍었던 2014년 대비 30% 남짓 빠졌을 뿐이다.

미국 언론들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치명타를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셰일 오일 붐이 10여 년 전부터 일었지만 엑슨모빌은 ‘전통 시추 방식’을 고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렉스 틸러슨 전 최고경영자(CEO) 때 얘기다. 2017년 1월 바통을 이어받은 대런 우즈 CEO는 2018년 오히려 2300억달러를 투입해 2025년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뽑아내는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유가가 꾸준히 하락하던 시기였다.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다른 석유회사들이 대체 에너지 투자를 적극 확대하던 것과 정반대 행보였다. 우즈 CEO는 당시 “세계 인구가 늘고 있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수십 년에 걸친 석유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던 올초에도 주요 투자자와의 콘퍼런스 콜에서 “원유 시추 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적까지 장밋빛으로 포장할 순 없었다. 엑슨모빌은 올 들어 2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론 36년 만의 적자다. 영업 활동에 필요한 현금 부족분이 내년까지 4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미 시작한 대규모 투자를 중단할 수 없어서다. 10년 전 ‘제로’였던 부채는 어느새 500억달러로 불어났다. 주가가 급락하자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빚을 내 배당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대응도 한 발 늦었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엑슨모빌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일시에 수천 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시 노튼 엑슨모빌 대변인이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미 퇴직 수당까지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만여 명의 직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엑슨모빌은 존 록펠러가 1870년 설립한 석유 왕국 스탠더드오일의 후신이다. 100년 넘게 존경받던 기업도 시대 변화에 둔감하면 한순간 패자로 전락하고 마는 게 비즈니스 세계다.
미·중이 100대 기업 72%…한국은 삼성전자뿐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회사 가운데 미국과 중국 기업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기업군에는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종이 대거 포진돼 있다. 산업의 주도권이 석유·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서 IT로 넘어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 투자정보 회사인 라이트인베스터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덩치가 가장 큰 회사는 단연 애플이다. 시총이 1조9000억달러를 넘는다. 다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뒤를 이었다. 아람코를 제외하면 모두 IT 플랫폼 기업이다.

미국은 가장 많은 57개 기업을 100대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기업은 15개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나라 비중이 72%란 얘기다.

네덜란드가 유니레버 프로서스 등 4개, 프랑스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로레알 등 3개 기업을 ‘상위 100’에 포함시켰다. 영국 독일 등 6개국은 2개씩을 리스트에 올렸다.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한 곳뿐이다. 삼성전자 시총은 3375억달러로, 17위에 랭크됐다. 시총 순위에선 대만의 TSMC(13위)에 조금 뒤처졌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시총 1832억달러로, 51위에 그쳤다.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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