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위력'에 놀란 대기업…주주소통·주가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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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8 17:33   수정 2020-09-19 00:46

'개미 위력'에 놀란 대기업…주주소통·주가관리 '비상'

“이전의 무기력한 ‘개미’들이 아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의 실력행사를 지켜본 대기업 IR(기업설명회) 담당자는 18일 “기관투자가 못지않은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재무 담당자도 “소액주주들과의 소통 강화와 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며 “LG화학 사례가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소액주주를 위한 주주권한 강화 방침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2030 소액주주의 입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칫 한순간에 기업 브랜드와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보유 지분 1% 미만 주주)는 145만4373명이다. 지난해 말 56만8313명에서 6개월 만에 88만6060명(155.9%) 급증했다. 최근엔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기관(최대 7.5%)과 개인(최대 6.1%)의 지분율 격차가 1%대까지 좁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도 개인투자자의 ‘관심 종목’으로 꼽힌다. 주가의 절대 수준이 10만원을 넘지 않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소액주주 비율은 작년 말 기준 60.1%, LG디스플레이는 49.3%다.

동학 개미들의 ‘쏠림’이 기업으로선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높은 성장성과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주가 하락 시 ‘인생을 베팅했다’는 2030세대의 박탈감까지 보듬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으로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을수록 여론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고려해야 할 경영 현안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분할 등 지배구조 변동과 이어지는 이슈를 놓고 언제든지 소액주주와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기업들은 최근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위한 대책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주주총회부터 그룹 내 12개 상장 계열사 모두를 대상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주주들이 주총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대표적인 소액주주 친화책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3자연합’과 대립하는 대한항공도 소액주주의 표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선 국민연금의 지지 등에 힘입어 경영권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정수/강경민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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