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도 굴하지 않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0-09-19 15:53   수정 2020-10-08 13:29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양쯔메모리)가 데이터저장장치(SSD)를 정식 출시했다. YMTC는 중국 칭화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유 반도체 그룹 ‘칭화유니’의 자회사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우뚝 일어섬)’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YMTC는 지난 4월 홈페이지에 “셀 하나에 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해 처리하는 128단 3D QLC 낸드플래시 성능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양쯔메모리(YMTC) SSD 첫 판매
19일 외신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YMTC는 지난주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하고 SSD 'Zhitai'(사진)를 공개했다. YMTC는 중국 최대 상거래사이트 징둥닷컴에 판매를 시작했다. YMTC가 제품 판매를 공식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56GB 제품 가격은 369위안(약 6만4000원), 512GB 모델은 529위안(약 9만원)으로 책정됐다.

YMTC의 신제품 공개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공개한 SSD엔 YMTC의 ‘엑스트래킹(Xtracking)’ 기술을 활용한 낸드플래시가 내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반도체 셀과 주변부 회로(페리)를 다른 웨이퍼에서 생산해 붙이는 기술이다. 한 웨이퍼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주로 썼던 국내 업체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기술은 최근엔 미국 마이크론과 국내 업체들도 활용하고 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중국의 낸드플래시 기술은 한국 기업들에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한국 기업들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 로드맵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YMTC 같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개발 및 제품 양산이 꾸준하게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지난 15일(현지 시간)부터 금지한 데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 등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제재 범위가 YMTC, CXMT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 국산화'를 시도 중이다.
국제반도체협회, "중국 규제로 미국 반도체 점유율 하락"
미국 정부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2400여개 반도체 장비업체로 구성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미국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중국 파운드리 1위 업체 SMIC를 제재하는 방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SMIC가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의 '큰 손'이기 때문이다. SMIC는 연간 약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산(産)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SMIC에 대한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SEMI는 "반도체 수출 규제로 미국 기업들이 신뢰를 잃고 있고 최종적으론 미국 기업의 시장점유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업체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단기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를 부추기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의 라인하르트 플로스 사장은 미국시간으로 17일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중국의 주요 수입품 중 하나로 중국 정부는 항상 자립화를 시도했다"며 "최근 미중 갈등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계획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무게를 싣고 있다. BCG는 지난 3월 발간한 반도체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이 반도체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48%에서 3~5년 사이에 18%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중국의 제조업육성 국책사업인 '제조 2025'가 힘을 받으면 중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 교수는 "중국은 과학 기술 관련 '기초체력'이 튼튼한 국가"라며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립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3년 후엔 중저가 스마트폰 등에서 충분히 통하는 수준의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업체들이 생산할 것"이라며 "10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초반대 D램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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