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7년 옥살이…법원 "유족에 10억 배상하라"

입력 2020-09-19 14:08   수정 2020-09-19 14:10


50여년 전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했지만 간첩으로 몰려 7년간 옥고를 치른 어부의 유족에게 약 1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광영 이재민 안현정 부장판사)는 1996년 세상을 떠난 어부 전모씨의 다섯 자녀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자녀 1인당 약 2억105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 씨는 1968년 4월 출항해 동료 선원들과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조업을 하던 중 납북돼 7개월 만에 풀려나 목포항으로 귀환했다.

이후 전 씨는 간업으로 몰리게 됐고, 1973년 3월 해군목포지구보안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없이 불법 구금됐다.

수사관들에게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던 전 씨의 허위 자백으로 같은해 6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판결이 확정된 전 씨는 1980년 4월 만기 출고했고, 16년 뒤인 1996년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전 씨의 보편적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특수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7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수감돼 자유를 박탈당하는 등 큰 고통을 받았고, 수감기간동안 좌익 제보자로서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 씨의 아내 역시 남편이 사유도 모른 채 연행된 후 출소할 때까지 홀로 5명의 자녀를 양육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자녀들도 청소년기에 아버지의 수감 등으로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고, 전 씨와 가족들은 출소 후에도 처벌전력으로 상당 기간 신분·경제상의 불이익을 입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 씨의 불법구금 후 전재까지 47년이 지나 통화가치에 상당 부분 변동이 생겼고, 지난 2월 전 씨의 유족들이 8억원 상당의 형사보상을 수령한 점, 전 씨와 전 씨의 아내가 사망해 위자료를 자녀들에게 상속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총 1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전 씨의 자녀들은 지난 2019년 재심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상당수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 전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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