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신발 정액테러, 성범죄 아닌 재물손괴?…피해자만 고통

입력 2020-09-19 17:24   수정 2020-09-19 17:26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재학중인 여대생 A 씨는 지난해 5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신발장에 넣어둔 운동화를 신었다가 불쾌한 축축함을 느꼈다.

A 씨와 친구들은 운동화 안에 남아있는 이물질의 정체를 두고 고민하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조사 결과 그 이물질은 '정액'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CCTV에는 수업이 시작되고 복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피의자)가 운동화를 가방에 넣어 화장실에 갔다 온 뒤 정액이 묻는 운동화를 다시 제자리에 두고 도망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피의자 B 씨를 붙잡아 사건 발생 2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재물손괴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성범죄로 적용할 만한 법조항이 없어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피해자 A 씨는 '직접적인' 위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적수치심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아는 고통을 치러야했다.

B 씨의 태도 변화는 A 씨를 더 힘들게 했다. A 씨에게 먼저 합의하자는 의사를 밝혔던 B 씨는 '재물손괴죄' 혐의로 기소되자 "손괴죄로 내야 하는 벌금이 합의금보다 적으므로 합의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B 씨는 50만원이라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고, 끝까지 A 씨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형법에서 규정한 성범죄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성추행·성희롱 사건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강제추행 등 성범죄로 인정되려면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 등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지만 A 씨가 겪은 피해는 이런 사례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민사로 소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 성범죄로 인정이 안 되면 손괴된 신발 물품 가액 정도만 받을 수 있어 성범죄에 대한 폭넓은 인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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