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장단기 금리차 5년래 최대…경기 호황 아닌데 왜?

입력 2020-09-20 14:19   수정 2020-09-28 10:55


최근 국고채 장기물과 단기물 간의 금리 격차가 5년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장·단기물 금리차는 보통 경기가 호황일 때 커진다.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잇따라 편성하는 등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장기물 소화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150.3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3년물 금리(90.7bp)와의 격차는 59.6bp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 1일 60.5bp를 기록했고 이후 그 근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가 60bp를 넘은 건 2015년 9월 16일(60.4bp) 이후 처음이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 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연초 이후 계속 벌어졌다. 지난 2월말 22.9bp였던 격차는 4월 51.2bp, 6월 53.1bp, 8월 57.6bp로 점점 커졌다. 지난 2일에는 61.6bp를 기록했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는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일 때 벌어진다. 반대로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정도가 심해져 역전되면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호황일 때 금리차가 커지는 건 장기물은 단기물보다 손실 가능성이 높아 금리가 더 많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기관의 채권 수요가 단기물에 몰림으로써 단기물 금리는 덜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리차가 확대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경을 잇따라 편성해 국고채 발행량이 급증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단기물은 수요가 많아 발행을 많이 해도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만, 장기물은 수요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높여줘야 소화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정부의 국고채 발행량은 지난해보다 6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추경 편성 전에도 이미 30% 증가 예정이었는데 가중됐다.

정임보 대신증권 채권운용팀장은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지(채권 가격이 상승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유동성이나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장기물을 매수하는데 시장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가 장기물 금리를 더 올리면 결국 팔 순 있겠지만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고채 5조원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처방이다. 한은은 국고채 매입을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많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달러를 많이 풀어도 화폐가치 하락 위험이 낮지만 한국은 그게 아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최근 연이은 국고채 발행으로 시장 실질금리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높아졌다”며 “내년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돼 기업활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말에 해외 금리도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러면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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