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兆 재정 일자리 사업, 세금이 줄줄 샌다"

입력 2020-09-20 17:33   수정 2020-09-28 18:19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일자리 전문 정부 산하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그런데도 올해 25조5000억원인 일자리 예산을 내년에는 5조원 더 늘려 30조6000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20일 공개한 ‘2020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용정보원은 정부 일자리사업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부 일자리사업은 고용정보원이 평가해 고용부에 제출하는데 올해는 지난 5월 고용부가 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평가 보고서 전체로 고용부가 밝히지 않은 ‘민낯’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정보원은 우선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해 “과도한 물량 확대로 적절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정보원은 노인일자리가 너무 많다 보니 참여자 수를 맞추기 위해 반복 참여가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은 한 사람이 2년까지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2년을 넘으면 반복 참여로 보고 제한한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사업의 반복 참여율은 42.6%에 이른다. 전체 일자리사업의 반복 참여율 16.4%를 크게 웃돈다.

일자리 훈련 사업도 부실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기술(IT) 분야 훈련 수료자 중 6개월 내 관련 분야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26.7%에 그쳤다. 고용장려금 사업에선 평가 대상 27개 사업 중 8개(약 30%)가 부정수급 우려 평가를 받았다.

추 의원은 “정부는 세금일자리 확대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처럼 꾸미는 분식 행위를 멈추고 민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데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채우기 지금도 '허겁지겁'…6만개 더 늘린다는 정부
정부 일자리 예산은 2017년 16조원에서 작년 21조원, 올해 26조원 등으로 늘었다. 내년(31조원)엔 사상 처음으로 30조원까지 넘어선다. 하지만 효과엔 물음표가 따른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2017년 60.8%에서 작년 60.9%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매년 수십조원의 세금을 퍼붓는데도 일자리 상황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 그 이유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에 담겨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재정을 투입하는 일자리사업 전반을 평가하는 보고서다. 평가의 실무는 일자리 전문 기관인 고용정보원이 담당한다. 올해 평가서 전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일자리사업들은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었다.

“노인 일자리는 이미 충분”
고용정보원은 평가서에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는 충분히 이뤄졌으니 적정 규모 운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노인일자리는 2017년 44만 개에서 올해 74만 개로 불어났다. 이를 위해 투입된 세금은 2017년 5223억원에서 올해 1조2015억원으로 늘었다. 고용정보원은 교통정리, 쓰레기 줍기 등의 노인일자리가 넘치다 보니 오히려 참여인원을 모집하는 게 힘들다고 평가했다.

사업 수행기관의 한 관계자는 “인원이 더 이상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모집과 관리가 힘들고 정말 필요하지도 않는 분들이 참여하다 보니 중도 포기자가 많아진다”고 토로했다. 노인일자리는 이 밖에도 선발 전 취약계층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미흡하고 유사·중복사업도 적잖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도 노인일자리를 더 늘리기로 했다. 1조3200억원을 들여 노인일자리 80만 개를 창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일자리를 80만 개로 늘리는 것이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질 낮은 직업훈련도 많아”
정부의 일자리 문제는 다른 사업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평생내일배움카드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사업은 전기, 전자 등 중요 산업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하거나 새로운 수요가 예상되는 직종에 대한 훈련을 실업자 등에게 시행하는 것이다. 올해 예산이 4307억원에 이르고 참여자가 4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훈련의 질이 낮아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코딩 훈련을 받은 한 참여자는 “기본기능 사용법만 알려줘 훈련 이후 어디 가서 코딩할 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혹평했다.

정보기술(IT) 분야 훈련에 참가한 다른 참여자는 “훈련 강사가 취업 전문가라는데 관련 이력도 없더라”고 말했다. 훈련이 부실하니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훈련 수료자 중 6개월 내 관련 분야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26.7%에 그쳤다.

특성화고·대학생 등이 기업 현장에서 훈련을 받아 직무 역량을 키우는 ‘산업현장일학습병행’ 사업도 주먹구구식 운영이 심했다. 한 참여자는 “영업 교육 때 이사가 제품 홍보 영상만 틀더라”고 말했다. 평가를 수행한 고용정보원도 “실제 훈련 없이 서류상으로만 훈련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엔 올해 355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수행기관들이 양질의 훈련 제공이 아닌, ‘비용 아끼기’에만 열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일용직 훈련 사업인 ‘건설근로자 기능 향상 및 취업지원’ 사업의 한 학원 관계자는 “훈련에 타일, 방수 과정이 많은 건 비용이 적게 들어서”라며 “사실 학원들의 이윤 창출을 위한 과정”이라고 고백했다.

사업 담당자들이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참여자 취업을 방해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무직 청년 등에게 직업 상담·훈련·알선 등 고용서비스를 종합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이다. 평가서는 “참여자가 직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첨삭한 이력서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담당자가 알선한 일자리에 취직해야 실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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