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찬성' 주호영 '보류' 윤창현 '반대'…국민의힘 '공정경제 3법' 싸고 시끌시끌

입력 2020-09-20 17:39   수정 2020-09-28 18:2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 제·개정에 “찬성한다”는 소신을 밝힌 뒤 보수 진영에서 “핵심 가치마저 저버리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조건부 찬성’ ‘사실상 반대’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유시장경제라는 보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데 따른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일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정부가 낸 법안이라고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며 “우리(국민의힘)도 과거에 하려고 했던 것이니 일단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제·개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에 대해서도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공약을 만들 때 내세웠던 것”이라며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법안을 심의하는 원내 의원들의 생각은 김 위원장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고,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가 반대하는 민감한 이슈는 ‘논의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의원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마이너한 내용은 모르지만 당 정체성과 관련한 핵심 조항은 절대 고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 조항으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지주사 지분율 규제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꼽았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지배구조 개선 등 최근 기업의 변화는 보지 않고 과거 정경유착 시절 재벌에 대한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입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입법은 김 위원장의 ‘지침’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이 주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범야권 "기업 말 들어 뭐 하겠냐는 김종인, 보수당 대표 자격 있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뒤 기본소득,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등 진보 진영이 선점해 온 주요 의제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전향적인 입장을 잇따라 내놨다.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 등 혁신책을 발표하고 소위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진영과도 거리를 두자 당 지지율은 오름세를 탔다.

하지만 ‘공정경제 3법’으로 불리는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 제정법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정에 찬성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소신을 밝힌 이후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과 다른 의견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기업들은 “혹여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제도 개편안이 나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주 김 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지도부가 잇따라 김 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한 이유다.

기업은 ‘개혁 대상’이라는 金의 인식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론자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7%를 웃돌던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인위적으로 물가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두자”고 주장했고,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절실한 개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해선 ‘개혁 대상’이라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당시 ‘기업인들의 의견을 자주 듣느냐’는 질문에 “정치하는 사람이 기업 말을 들어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두루 만나는 김 위원장이 유독 거리를 두는 대상이 대기업 경영진”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된 뒤 공정경제 3법 논란이 벌어지기 전까지 대기업 관계자들과 접촉한 일이 거의 없다. 당 안팎에서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김 위원장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 정경유착 시절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 오너에 대한 평가도 공과가 없이 ‘혹평’ 일색이다. 그는 지난 3월 발간한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기업의 자산을 개인의 쌈짓돈 정도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배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국회로 찾아 온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에게도 “보수 정당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주장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쏘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金, 공정 3법 파급력 모른다” 지적도
국민의힘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 3법이 갖는 파급력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재벌개혁’이라는 당위성으로 사안을 처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재보선과 2022년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면밀한 검토 없이 ‘여당의 재벌 때리기’에 동참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인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은 정치적 감각이 출중하고 굵직한 정책을 입안한 경험도 있지만 의외로 디테일(세부 내용)을 잘 모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자격으로 법률 개정을 주도했다. 4대 그룹의 한 대관담당 임원은 “당시 핵심 규제로 앞세웠던 대기업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폐해 등은 대부분 시정됐는데 또다시 새로운 규제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거래 3법이 보수 진영의 핵심 가치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거세다.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은 △지주사의 지분율 규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전속고발권 폐지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 문제 조항이 들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한 부회장은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 지분율 규제 강화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이 새로 지분을 매입해야 할 규모가 무려 30조원이 넘는다는 걸 김 위원장이 알면서 개정에 찬성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상법 개정안 중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 이하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 조항도 과거와 달라진 시대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2016년부터 잇따라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을 공격한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흔드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공정경제 3법은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법”이라며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좌동욱/고은이/송형석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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