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떨어져도 '수출株' 현대차 강세…대한항공은 약세

입력 2020-09-21 17:17   수정 2020-09-22 00:52

“환율이 떨어지면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에 불리하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사 부담이 커진다.” 수십 년간 들었던 얘기다. 주식시장에 통용됐던 환율 관련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환율에 울고 웃던 자동차, 항공주들이 움직임에 둔감해지고 있다. ‘원화 강세=외국인 유입’이란 방정식도 점차 복잡해지는 셈법에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 깨진 車·항공주

21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는 23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60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외국인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지난주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000억원어치 가까이 주식을 사들인 것과는 달랐다. 통상 원화 강세는 환차익 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연관성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도 마찬가지다. 과거부터 달러 부채 비중이 높은 항공사와 세계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완성차업체들은 환율 민감 기업으로 꼽혔다. 환율이 오르면 대한항공에, 떨어지면 현대차에 악재라는 게 통념이었다. 환율에 민감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달러 부채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의 경우 올 1분기에만 5368억원에 달하는 외화환산차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차도 과거부터 연간 평균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이 1000억원 이상 줄어든다고 했다. 지금도 환율이 5% 움직일 때마다 약 400억원씩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환율에 따라 주가도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환율이 급락한 지난 17~18일 대한항공 주가는 이틀간 되레 2% 하락했다. 평소 같았으면 호재로 여겨질 원화 강세 흐름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현대차는 더 둔감해진 모습이다. 환율 1160원 선이 무너진 이날 2.21%(4000원) 오른 1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주일 새 7.87% 주가가 뛰면서 시가총액은 28개월 만에 100조원대를 넘어섰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 실적이 회복되고 있어 반등 기대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원화 강세가 악재지만 환헤지도 하고 있고 주가를 끌어올릴 다른 더 큰 상승 요인이 환율 영향을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에 조급해지는 外人?
환율과 주가의 관계가 변하고 있음에도 원화 강세가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긍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은 여전하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화 강세에 마음이 급해지는 외국인’이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지수가 2600포인트를 돌파한 2018년 1월 당시 원·달러 환율이 1060원 수준이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외국인 수급이 앞으로 더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자산에 대한 재평가 기대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의 동력 중 하나가 달러 약세, 원화 강세 흐름”이라며 “한국 자산가치 재평가와 함께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흐름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 연구원은 “원화는 달러보다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강하다”며 “2017년 이후 원과 위안화 간 상관관계는 0.86에 달해 달러와의 상관관계 0.66을 웃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주 중 외국인 지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종목과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종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원화 가치가 올랐음에도 연초 수준(1159원)에 불과한 만큼 환율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원화 강세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증가나 국내 경제 펀터멘털이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면 지금은 달러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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