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청과시장 화재…"추석장사 다 탔다" 눈물

입력 2020-09-21 17:42   수정 2020-09-22 00:36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대목이라 두 배 가까이 들여놨는데 다 탔어. 추석까지 장사는 공쳤지.”

21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사장 김두용 씨는 시장 앞에 망연히 앉아 있었다. 이 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했다는 김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사과, 배, 포도 등을 1500만원어치씩 들여놨다. 김씨는 “과일은 물론 집기류까지 다 타서 최소 5000만원 이상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는 오전 4시32분께 화재가 발생해 오전 11시53분께 진화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점포와 창고 등 시설 20개가 소실됐다. 이 중 7개는 전소됐다. 불은 전통시장 내 통닭집에서 발생해 인근 청과물시장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을 목격한 한 상인은 “주변 상인들이 소화기 두 대를 들고 진화에 나섰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시장에는 화재 알림장치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이 꺼지자 상인들은 잿더미 속에서 불에 그을리고 물에 젖은 과일을 꺼내 옮겼다. 검게 탄 과일들이 시장 바닥에 뒹굴었다. 한 상인은 “극소량의 멀쩡한 과일도 떨이로나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60대 상인 나모씨도 “40년 장사하면서 이런 큰불은 처음”이라며 “창고까지 타서 추석 전에 장사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재산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대목을 대비해 점포마다 수천만원어치의 물량을 확보해뒀기 때문이다. 동영화 청량리청과물시장상인회장은 “피해 상인 중 절반 정도만 화재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며 “가입됐다고 해도 보상액이 적어 시와 구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청은 “관련 법령을 검토해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