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실형 1% 미만…또 걸려도 벌금뿐

입력 2020-09-21 17:35   수정 2020-09-22 00:36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음주운전이 줄지 않고 있다. 이달에만 햄버거 가게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여섯 살 아이와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했다. 경찰은 올해 1~8월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5.6%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최근 한 달간 판례만 분석해도 실형 선고율은 0.8%에 불과했다.
113건 중 실형은 한 건
한국경제신문이 7월 15일부터 8월 19일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음주운전 형사사건 1심 판결문 총 113건을 입수해 전수 분석한 결과 벌금형은 62건,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50건이었다. 실형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법원은 음주운전을 했어도 실제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았거나 피고인이 반성하면 이를 감경요소로 보고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은 것 자체가 살인행위’라는 국민감정과 실제 판결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고인 A씨는 지난 4월 혈중알코올농도 0.226%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6㎞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상 운전면허 취소 수준(0.08%)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A씨는 2019년 3월에도 음주운전으로 한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또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교통사고까지 발생하진 않아 벌금형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고인 B씨는 이미 수차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5월 혈중알코올농도 0.094%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법원은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정형 높아도 선고 안 하면 유명무실”
지난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음주운전 단속 기준(혈중알코올농도)은 기존 0.05%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됐다. 같은 법 148조 등에 따르면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상습범’은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선이 징역 5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형량 자체가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교통법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엘앤엘의 정경일 변호사는 “법정형이 아무리 높아도 그만큼 선고가 안 나면 유명무실”이라며 “술 먹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언젠가 인명 사고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이유는 부상이나 사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며 “사고가 안 났다고 처벌을 약하게 하는 것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주운전자와 동승한 사람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음주운전을 적극 권유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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