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음주운전을 했어도 실제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았거나 피고인이 반성하면 이를 감경요소로 보고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은 것 자체가 살인행위’라는 국민감정과 실제 판결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고인 A씨는 지난 4월 혈중알코올농도 0.226%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6㎞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상 운전면허 취소 수준(0.08%)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A씨는 2019년 3월에도 음주운전으로 한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또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교통사고까지 발생하진 않아 벌금형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고인 B씨는 이미 수차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5월 혈중알코올농도 0.094%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법원은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교통법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엘앤엘의 정경일 변호사는 “법정형이 아무리 높아도 그만큼 선고가 안 나면 유명무실”이라며 “술 먹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언젠가 인명 사고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이유는 부상이나 사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며 “사고가 안 났다고 처벌을 약하게 하는 것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주운전자와 동승한 사람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음주운전을 적극 권유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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