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지 정책 양산하는 습관성 '통계 편식 증후군'

입력 2020-09-22 17:57   수정 2020-09-23 00:38

국가 정책 수행의 근간이 되는 통계와 관련해 유리한 수치만 골라서 선택하는 문재인 정부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주택가격 실거래가 통계를 보고받은 적 없다”고 ‘시인’한 것이 회의록을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김 장관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지역 집값이 급등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국감정원 공식 통계를 들먹이며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 가격은 14% 오르는 데 그쳤다”고 강변해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40~50%대 급등했음을 보여주는 민간의 다양한 통계는 외면한 채 오름폭이 가장 적은 통계자료만 취했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냈을 것이다.

정부가 보고 싶은 통계만 취사선택해 실상을 왜곡하는 ‘통계 단장취의(斷章取義)’는 한두 번이 아니다. 재정 투입으로 노인 알바만 잔뜩 늘려놓고선 “일자리의 양과 질이 큰 폭으로 회복됐다”는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쏟아내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달엔 “전세시장 통계가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고치겠다”(홍남기 경제부총리)고도 해 전세시세 분식 지적도 받았다. 소득격차가 확대되자 부랴부랴 새 통계를 만들겠다며 통계청장을 갈아치운 것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다.

최근에는 유리한 통계를 찾지 못한 탓인지, 통계의 뒷받침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사례마저 나타났다. 지난 1·2분기 통신서비스 지출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 1.8% 감소했지만(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지출’), 정부·여당이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며 ‘전 국민 대상 통신비 2만원 지급안’을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운 지역화폐와 관련해서도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올 들어 전국에서 발행된 지역화폐의 사용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라틴어로 ‘국가 위원회’를 뜻하는 ‘스타티스쿰 콜레기움’이라는 말에서 나온 통계(statistics)는 태생적으로 국가 통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시에 완벽하게 객관적인 데이터, 다양한 실상을 빠짐없이 보여주는 통계란 존재할 수 없다는 본질적 문제도 있다. 정부가 최대한 객관적·중립적으로 통계를 바라보고, 편식·편향이 없도록 조심해서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다.

유리한 통계만 골라 쓰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경제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억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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