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법 개정안, 코스닥 기업에 더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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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2 17:47   수정 2020-09-28 18:44

[단독] 상법 개정안, 코스닥 기업에 더 위협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기업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상법 개정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주식을 매입한 뒤 단 사흘 만에 상장회사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신설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조차 ‘재벌·대기업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소기업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된 ‘제542조의 6 제9항’은 주주가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때 비상장사에 적용되는 요건(1~3% 지분 보유)과 상장사에 적용되는 요건(0.01~1.50% 지분에 6개월 이상 의무 보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상장사에 대한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의무 보유’ 규정을 피할 수 있는 조항으로 해석했다. 흔히 소액주주권으로 불리는 소수주주권은 임시주주총회 소집부터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을 포함한다. 주주들이 기업 경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에 대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때 종류에 따라 지분 0.01~1.50%를 6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상장사에 대해서도 비상장사처럼 1~3%의 지분만 있으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식을 매입하고 주주 명의가 바뀌는 사흘 뒤면 경영권 공격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기술을 높이 평가해 지난 3월 방문한 바이오기업 씨젠(시가총액 6조원)은 2000억원만 있으면 임시 주총 소집을 통한 이사·감사 해임 안건을 올릴 수 있다(지분율 3%). 같은 방식으로 시가총액이 350조원인 삼성전자의 경영권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되면 코스닥 상장사들은 국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받기 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대상 역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으로 분류된 지주회사는 126개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지주회사(37개)의 세 배에 달했다.
中企도 떨고 있다…100억이면 코스닥 1169社 어디든 '경영권 공격'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처리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내세운 근거는 ‘재벌·대기업 개혁’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옥죈다”며 기업규제 3법 반대 성명에 참여한 경제단체에는 중소기업 회원사가 대부분인 코스닥협회도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규제 대응을 위한 인력과 시간, 비용 측면에서 중소기업에 더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시총 작을수록 위협 커져
22일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투자자금이 100억원만 있으면 코스닥에 상장한 1380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가운데 1169개사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한 이사·감사해임 요구, 주주제안(지분율 3%) 등 소수주주권을 당장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코스닥 기업의 84.7%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단 3일 만에 상장사에 대한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은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상법 개정안 내용이 워낙 많고, 법 조문의 표현도 어려워서다.

개정안에서 소수주주권의 6개월 의무 보유 규정을 회피할 근거가 되는 조항은 ‘제542조의 6 제9항’이다. 이 조항은 ‘제1항부터 제6항까지는 제542조의 2 제2항에도 불구하고 이 장의 다른 절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무슨 내용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상법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상장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마저 허용하지 않는 ‘독소조항’이라고 꼽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회사 소수주주권의 경우 6개월 의무 보유 규정을 우선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일반회사(비상장사)의 소수주주권 행사와는 별개라는 의미”라며 “이는 곧 소수주주가 상장회사 규정과 비상장회사 규정 중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 의무 보유 조항은 기업 경영권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5년 삼성물산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낸 것도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교해보니
상법 개정안의 이 조항 신설로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시가총액이 200억원 규모인 자동차 부품업체 Y사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는 주주제안 6개월 전 2억4000만원어치(지분율 1%)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6개월 의무 보유 기간은 사라지고 7억2000만원(3%)만 있으면 바로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1조5000억원 규모 K사에 똑같이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은 6개월 전 150억원어치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450억원이 있으면 된다. 소수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단순 비교해도 중소기업이 훨씬 취약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 특성상 경영권 공격이 들어오면 즉각적인 방어가 쉽지 않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의 개인 비중은 80%에 달한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소액주주 구성 비중이 높아 의결권 확보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코스닥 기업들의 호소처럼 자산 기준으로 대기업에만 규제를 적용해도 문제는 남는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줄어들 뿐 아니라 유망 스타트업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 자체를 접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와 비교해도 국내 상장사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의 경우 상장회사에 임시주총소집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10% 지분율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한국만큼 상장회사의 경영권에 무신경한 나라는 드물다”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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