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데드라인' 몰린 법인 투자자…출구전략 고심

입력 2020-09-24 13:44   수정 2020-09-24 13:46


법인 부동산 투자자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매각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제때 매각하지 못하면 내년부턴 세금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각종 출구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24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매매시장에서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과 법인 투자자의 매물 가격 차이가 억대로 벌어지고 있다. 서울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의 경우 계약 후 바로 입주 가능한 집주인 매물은 7억 후반~8억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법인이 매수해 세입자가 살고 있는 같은 면적대는 6억 후반대에 나온다. 미아동 A공인 관계자는 “법인은 빨리 매각할수록 유리한데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매수인의 실입주가 불가능하다”며 “다주택자에게 전세라도 끼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호가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청구할 때 집주인에게 직접 거주 의사가 있다면 이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인이 아닌 법인은 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주 목적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실제 입주할 매수인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세입자가 이미 계약갱신을 청구한 상태라면 새 집주인 또한 2년 동안 입주가 불가능하다.

법인이 주택을 팔 수 있는 대상은 사실상 세를 끼고 매수할 갭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이 8~12%로 크게 오르면서 선뜻 계약할 투자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헐값 매물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다.

법인 투자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피해 집을 매각할 출구전략 마련에 바쁘다. 법인 명의로 지방 부동산을 여럿 사들였던 한 투자자는 “세입자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만기가 넉넉한 집도 내놓고 있다”면서 “분위기가 꺾여 매수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법인 투자자는 “임차인에게 합의금을 주는 것도 계약갱신 사유로 인정된다”면서 “매각이 힘들어진다면 합의금으로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입주할 승계인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인 투자자들이 매각을 서두르는 건 내년부터 법인세율과 종합부동산세율이 크게 올라서다. 법인세율은 당장 내년부터 인상된다. 올해까지는 법인이 주택을 팔 때 10~25%의 법인세율 외에 10%를 추가 과세했다. 내년 양도분부턴 주택 및 비사업용 토지의 추가 과세 요율이 20%로 중과세된다. 양도차익이 2억원이고 5000만원을 경비 등 비용으로 인정받는 경우 올해 안에 매각한다면 법인세로 3850만원을 낸다. 그러나 내년 이후 주택을 처분한다면 60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종부세는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다주택 법인은 종부세 최고세율인 6%가 단일세율로 적용된다.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따로 따지는 누진세율이 아니라 전체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세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과표 기본 공제액인 6억원도 사라진다. 내년 과세기준일인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만약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합산공시가격이 10억원이라면 내년 납부할 종부세만 7200만원이다.

앞선 법인세 사례와 연동해 계산해보면 양도차익 2억원을 남긴 법인이 내년 6월 이후 주택을 매각할 경우 세액만 1억300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 가운데 비용이 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손에 쥐는 차익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개인과 명의를 분산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인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법인의 수익을 개인에게 환원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며 “면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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