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해외선물에 몰리는 개미들…수수료 인하로 부추기는 증권사들

입력 2020-09-23 17:16   수정 2020-10-05 17:52

증권사들이 해외선물옵션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해외선물옵션 거래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한 방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품’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영향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초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를 증권사들이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두 배 넘게 늘어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는 해외선물옵션의 대표 상품인 ‘E-mini 나스닥 100’을 1조1785억달러(약 1373조원)어치 거래했다. 지난해 전체 거래대금인 8154억달러(약 949조원)를 훌쩍 넘어섰다. 8월 말까지 이뤄진 거래도 661만2256건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계약 건수는 560만284건이었다.

개인의 선물 거래는 단타 위주인 데다 선물은 계약당 금액이 큰 탓에 거래대금이 많다.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를 판단하고 매수 또는 매도에 계약을 걸게 된다. 조금만 가격이 변동해도 수익률은 크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E-mini S&P500’ 선물을 2338달러에 10계약 매수하고 2340달러에 매도하면 지수는 2달러 올랐지만 계약 단위(50달러)가 높아 수익은 1000달러가 된다. 증권사들이 받는 거래 수수료도 일반적인 선물 계약을 기준으로 계약당 7~8달러에 달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개미 꼬드기는 증권사들
단타 거래가 많다 보니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계약당 수수료가 7달러인 선물 상품을 하루 사이 5계약씩 다섯 번을 사고팔았다면 수수료는 약 40만원(5계약×10회×7달러)이다.

증권사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수입원이다. 다만 일반적인 선물은 계약 단위가 커 일반 소액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일반적인 선물 거래의 10분의 1 규모로 거래할 수 있는 마이크로 선물 상품을 수수료 할인 대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이크로 선물 수수료는 일반 선물 상품과 비교해 계약당 수수료는 낮지만 거래대금 대비 수수료가 훨씬 높다.

KB증권은 올해 말까지 마이크 나스닥 선물 상품의 수수료를 계약당 2달러에서 0.5달러로 낮추는 이벤트를 한다. KB증권 측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영향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고객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 삼성선물, 키움증권 등 개인의 해외주식 거래가 많은 증권사 모두 마이크로 선물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했다.

해외선물옵션 시장의 진입장벽이 국내 시장에 비해 낮다는 점도 개인투자자가 많이 찾는 이유다. 국내선물옵션 거래는 증거금이 선물 1000만원, 옵션 2000만원 등으로 높다. 교육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외선물옵션 거래는 증거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교육도 이수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해외선물을 도박판처럼 생각하고 뛰어드는 투자자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에서 해외선물 거래를 생중계하는 방송에 실시간 시청자 수가 매일 밤 1만 명을 웃돌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선물옵션은 기관들의 헤지 수단인데 한국처럼 개인이 거래를 직접 나서서 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증권사들도 초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를 부추기면 부작용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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