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입력 2020-09-23 17:46   수정 2020-09-24 00:04

오래전 이야기지만 대학 시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왓슨 박사의 《이중나선(Double Helix)》이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그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아마 상당히 감명받았던 것 같다. DNA 구조를 해독하는 과정을 기술한 이 책은 대학 시절 방황하던 나에게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때부터 생명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불씨 같은 꿈을 꾸게 됐다. 언젠가 왓슨 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상상도 해보곤 했다.

2007년 오랜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새로운 연구 활동을 시작한 한 대학에서 경이로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암당뇨연구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내가 그 연구원을 대표해 내 유전체를 해독하게 된 것이다. 개인 유전체 해독은 한국에서는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다섯 번째였다.

유전체 해독은 ‘인간 생명의 청사진’인 유전자를 구성하는 약 30억 개의 염기 배열 순서를 파악하는 일로, 개인별 맞춤 의학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유전체가 미래 의학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인간 DNA 서열을 해독하는 작업을 주도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 생명과학자의 꿈을 심어준 왓슨 박사가 처음 시작한 일인데, 어쩌다 보니 나도 한국인의 유전체 해독에 깊게 관여하게 된 셈이다. 나의 오래된 꿈이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목격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2010년 4월 개인 유전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제1차 GET(게놈·환경·특성) 콘퍼런스가 미국 하버드대 근처에서 열렸다. 이때 세계에서 개인 유전체를 해독한 이 분야의 개척자 13명이 초청됐는데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해독한 왓슨 박사와 다섯 번째인 내가 함께 포함됐다.

나를 생명과학의 길로 이끈 위대한 과학자와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사적인 만남을 갖게 된 것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날 행사의 사회자가 《이중나선》 책을 읽고 생명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나의 이야기를 전했을 때 밝게 웃으면서 감사하다는 답례를 하던 왓슨 박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왓슨 박사와 나는 그 이후인 2011년 국제인간유전체학회 본회의의 공개 토론회에 같이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해도 꿈을 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산다면 그 꿈을 기억하는 창조주가 그분의 시간표에 따라 꿈을 이루게 해주신다고 믿는다. 청년들이여, 꿈을 꾸기조차 힘든 삶일 수 있지만 결코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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