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낮추면 은행은 대출이자 깎아 줄거냐”…상가 주인들 ‘아우성’

입력 2020-09-23 18:34   수정 2020-09-29 15:06


“임대료감액청구권 등은 상가 하나 믿고 사는 임대인을 벼랑 끝까지 밀어내는 겁니다.”

경기 의정부에 한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A씨(58)는 정부의 상가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금도 임대료를 깎아줘 대출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이라며 “임대인의 일방적 희생만 요구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 등을 담은 상임법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임대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임차인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법으로 임대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자칫 이번 법 개정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개월 임대료 안 내도 가만있으라니”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상임법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임대료 증감 청구가 가능한 요건을 기존 ‘경제사정의 변동’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수정했다. 증감청구권에 대한 현행 법률과 시행령 규정상 증액 요구는 5%까지만 가능하지만, 감액청구 시 별도 하한은 없다. 이번 개정안에도 하한선은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임대인이 감액청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에 명시된 이상 임대인이 감액청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상임법은 민사특별법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에 우선한다”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임차인은 임차료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법 시행 후 6개월간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해도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특례 조항을 마련했다. 현행법은 3개월간 임대료가 밀릴 경우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의 사유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퇴거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안은 공포날 시행되며,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에도 적용된다는 부칙이 함께 마련됐다.
상가 주인, 소득과 자산가치 동시 하락
상가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에 대해 “지나치게 임차인만 생각한 법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청량리에 꼬마빌딩을 갖고 있는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건 정부인데 그 피해를 임대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미 자발적으로 월세를 인하해줬는데 추가 인하 또는 연체가 장기화되면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분기별 투자수익률은 작년 4분기 2% 중후반에서 지난 2분기 1%대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상가업계가 더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임대료 인하가 법으로 명시된다면 상가와 건물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임대인들은 임대소득 감소에 이어 자산가치 하락까지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대인의 손실을 일부라도 보전해주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센터장은 “임대인 대부분이 은행 대출을 끼고 있다”며 “이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일부 경감해주는 등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을 조장한 정부가 이번에는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을 서로 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석/임도원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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