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준비하자"…공무원 피격 와중에 '통일' 홍보한 정부

입력 2020-09-24 16:00   수정 2020-09-24 16:24



통일부가 24일 SNS에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잔인하게 죽여 불태운 사건이 공개돼, 청와대마저 규탄 성명을 내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통일부는 오후 2시 반께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독일의 통일 과정을 설명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통일 이후 혼란과 비용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통일이 독일에게 이득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통일부는 "독일 통일은 동서독 간의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이뤄졌어요. 우리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지만,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화해야 해요"라며 "30년 전 독일 통일의 모습을 거울 삼아 우리도 체계적인 한반도 평화를 준비하면 어떨까요?"라며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보물에는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번영을 위한 통일의 길'이라는 문구와 함께 "30년 전 독일 통일의 모습을 거울 삼아 우리도 체계적인 한반도 평화를 준비하면 어떨까요?"라는 내용도 들어갔다. 게시글의 끝맺음으로는 "통일은 쌍방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입니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고 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인용했다.





일각에서는 통일부의 SNS 홍보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은 군 당국이 북한이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8급 공무원 A모씨(47)를 해상에서 사살한 뒤 그 자리에서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운 사실을 공개한 날이다.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실종된 우리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데 대해 깊이 애도하며 북한군이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하고, 청와대까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한 것과도 정책 홍보 기조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홍보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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