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홈플러스 매각, 왜 시민 의견 안듣나

입력 2020-09-24 17:12   수정 2020-09-25 00:10

홈플러스에서 대관 및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A씨는 요즘 하루를 대부분 국회에서 보낸다. 홈플러스가 점포를 매각하기로 공식 발표한 대전(둔산, 탄방점)과 경기(안산점)뿐 아니라 매각 소문이 돌고 있는 서울(남현점)과 경남(가야점)지역 해당 의원들이 걸핏하면 설명을 해달라며 호출해서다. 들어가면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홈플러스 노조원과 지역구 시민단체들이 점포 매각을 철회하도록 압박하라며 전화를 해대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홈플러스 매장 매각 문제가 어느새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 이는 회사 노조와 해당 지역 시민단체의 공동 작품이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안산시의회가 도시개발특례 조항을 개정하면서 작품 효과가 극대화됐다. 안산시의회는 홈플러스 안산점을 인수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인수 부지에 주상복합 건물로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주상복합에 한해 용적률을 대폭 낮추는 내용으로 조례를 바꿔버렸다. 매입자의 개발 의욕을 꺾으려는 ‘매각 봉쇄용’ 핀셋 규제다.

이런 조치가 적절한 절차를 밟아 이뤄졌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는 본회의 통과까지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홈플러스 안산점이 있는 상록구 주민을 위한 설명회도 없었다. 상록구의 한 주민은 “신문 기사를 보고서야 주상복합 개발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홈플러스 건물이 소송전에 휘말려 흉물로 남게 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점포 매각 문제는 근본적으로 매각자(사측)와 매입자, 근로자 간 문제다. 노조는 매각 봉쇄를 위해 여기에 정치를 끌어들였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노조의 ‘노동권’ 보장 요구를 위해 시민들의 ‘재산권’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시민이 재산권 훼손을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2018년 11월 주상복합으로 개발된 홈플러스 부천 중동점의 사례 때문이다. 홈플러스 중동점도 2018년 4월 영업 종료 후 노조 반발 때문에 매각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그해 11월에 가서야 대우건설이 인수해 재개발을 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은 새로 올라갈 건물 이름을 ‘신중동역 랜드마크 푸르지오시티’라고 짓고, 2019년 2월 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오피스텔 청약률은 평균 21.57 대 1에 달했다. 인근에 있는 A아파트의 시세도 뛰었다. 2018년 3월 5억1000만원(156㎡)이 최고가 거래였는데 지난 9월 8일 실거래가 기준 6억8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약 1년 반 만에 33% 오른 셈이다.

노조의 노동권이 중요하다면, 해당 지역 주민의 재산권도 똑같이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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