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면서 '공정경제 3법'…與의 '네이밍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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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4 17:38   수정 2020-09-25 01:10

기업 옥죄면서 '공정경제 3법'…與의 '네이밍 정치'

정치권이 법안 명칭을 활용한 ‘네이밍(naming·이름 짓기) 정치’를 경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법안 명칭에 가치 판단을 담아 여론의 지지를 얻고 추진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법안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이름을 붙일 경우 오히려 국민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에 대해 “(여당이) ‘공정경제 3법’이라고 이름 붙인 이 법안들은 사실 ‘규제강화 3법’”이라며 “공정하게 경제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실제 법안에 담긴 내용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이들 법안을 묶어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부르면서 해당 법안의 부작용을 지적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야당 관계자는 “프레임을 짜버리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에 대해서도 이름 탓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 권한을 대폭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면 야당이 견제 기능을 잃게 된다”며 “하지만 반대하면 ‘일을 안 하겠다는 거냐’는 이미지가 박힐 수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도 여당이 ‘검찰개혁법’으로 부르면서 해당 법안에 반대하면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던 게 패착이었다고 야당은 보고 있다. 정치권은 주요 이슈 관련 가해자 및 피해자의 이름을 법안에 붙이거나, 관계 기업의 이름을 다는 방식으로도 여론의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박원순금지법’ ‘윤미향금지법’ 등이 대표적이다. ‘구하라법’과 ‘민식이법’도 있다. 넷플릭스법, 타다금지법, 남양유업법 등은 기업 이름을 달아 관심을 끈 법이다.

법안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칭을 달아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복잡한 법안의 내용을 지나치게 간소화해 이해당사자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감정에만 호소해 법안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엔 미국 정부가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라며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안 심사 시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경시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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