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감염에도 교실 '빼곡'…왜 유치원과 기준 다른가[현장+]

입력 2020-09-27 10:00   수정 2020-09-27 10:3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보건복지부 방역 지침은 현장에서 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정부가 권고한 걸 몰라서 휴원 안 하는 게 아니다. 방역 지원체계에서 완전히 배제되는데 어떻게 휴원하느냐.”
일선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최근 수도권 어린이집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동향이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어린이집에서 총 13명의 확진자가 보고됐고 이튿날인 23일엔 관악구 어린이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어린이집 집단감염으로 학부모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지난 25일 오전 기자가 찾은 한 경기도 소재 어린이집 아침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앞 일렬로 선 어린이집 차량에는 아이들 수십명이 올라탔다. 보육교사는 아이들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를 뿌리느라 연거푸 앉았다 섰다 했다.

등원 후 "가방 놓고 손부터 닦자"는 교사 말에 아이들은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 이미 습관이 된 듯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거리두기는 역부족이었다. 수업 시간 "떨어지세요"라고 말하는 보육교사 당부에도 반가운 마음에 아이들은 찰싹 붙어 앉았다.

8년차 보육교사 김모씨는 "장난감 소독부터 동선 체크, 마스크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한 반에 5명 정도일 땐 책상을 거리를 둬 배치했지만 지금은 10명이 넘어가 책상을 붙일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어려운 점이 정말 많다"고 털어놓았다.
어린이집·유치원, 왜 방역 조치는 다른가
아이들로 교실이 꽉 찬 어린이집 모습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과도 다르다.

어린이집에 저연령대 영유아가 더 많이 다닌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비슷한 나이 아동들이 한 곳에서 생활해 밀집도가 높고 집단감염 위험이 크다는 공통점이 더 크다. 그러나 밀집도 관리부터 마스크 착용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역 조치는 확연히 다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의 소관인 영향이다.

교육부는 수도권 유치원에 밀집도 최소화 조치를 두고 등교인원을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에 등교인원을 제한하는 밀집도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기에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위한 긴급보육은 그대로 추진하면서 아이들 대다수가 정상 등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긴급보육 이용률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 2월 말 10%까지 낮아졌다가 지난 23일 기준 80.9%까지 치솟았다. 10명 중 8명꼴로 긴급보육을 통해 등원하고 있다. 이외 아이들도 등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영유아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찾은 어린이집 역시 정원 60명 기준 58명이 등원했다.

어린이집 원아들은 마스크 착용도 의무가 아니다. 교직원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로 돼 있을 뿐이다. 교육부가 감염 우려 최소화를 위해 유치원 원생과 교사 모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청과의 논의를 통해 나온 지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이 위험한 24개월 미만 영아 외 아이들에게도 착용 의무를 적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권고라는 건 일단 쓰라는 의미"라며 "추가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논의하겠다고 밝힌 어린이집 등원 인원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그는 "특별하게 진행 중이라고 확인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직 없다"고 했다.

또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 조치가 상이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소관 부처가 다르더라도 일관된 방역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23개월 영아를 자녀로 둔 최모씨는 "관리하는 부처가 달라서 그렇다고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방역 체계를) 유치원처럼 하면 좋겠다"며 "아직 아가들이라 조치를 해도 사실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윤모씨도 "같은 또래 아이들이 있는 곳인데 왜 그렇게 다르게 돼 있는지 모르겠다. 학부모로선 당연히 불안하다"고 귀띔했다.

하원 시간에 맞춰 자녀를 자가용에 태우던 한 학부모는 "맞벌이라서 교육 개념의 유치원보다는 돌봄 중심 어린이집을 다닌 건데 솔직히 불안하다. 걱정이 돼 재택근무를 할 때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출근할 때는 그게 안 된다"고 호소했다.

민간어린이집 '인건비 지원' 제외…"방역효과 반감" 지적
실질적 지원 체계에 차이가 있는 점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역 수준이 다른 근본적 이유로 꼽힌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침에 따라 어린이집에 휴원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를 따르는 어린이집은 거의 없다. 현장에선 민간 어린이집만 배제된 지원체계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에서 20년 넘게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한 원장은 "유치원과 국공립 어린이집은 교원 급여를 정부가 지원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아예 인건비 지원이 없다"며 "휴원한다고 해서 보육교사들의 월급을 안 줄 수 있느냐. 상황이 이런데 무작정 휴원을 하라고 해서 따르는 어린이집이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많은 인원을 방역 위험성까지 안고 데리고 있는 게 마음이 편하진 않다"며 "어린이집 원장들과 대화할 때도 유치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과 방역 지침이 나온다면 따르겠다는 의견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현재 교육청과 함께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에 1인당 68만원 정도의 교원 기본급을 보조 지원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한해서 인건비를 지원한다.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관계자는 "인건비는 국공립만 지원하고 있다. 민간은 지원하고 있지 않다"고만 했다.

이유를 물어도 "민간 어린이집은 이전부터 인건비 지원 비대상 기관"이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민간 어린이집 휴원시 운영상 손해와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근본적 지원 체계 마련 없이 권고 사항에 그친 어린이집 휴원 지침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3년차 보육교사 박모씨는 "솔직히 권고·권장이란 게 학부모들께 말씀드리기 정말 어렵다. 오지 말아달라고 말했을 때 마음 상하면 다른 어린이집으로 가겠다고 한다"며 "나라에서 법적으로 지침이 내려오면 저희로서도 말하기가 쉽겠지만 현재는 전달조차 힘든데 아이들 문제 생기면 무조건 저희 책임이니까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에도 유치원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 및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슷한 또래에 대한) 방역 조치는 일관성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동일한 기준으로 마련되지 못한 방역수칙은 방역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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