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디딜 틈도 없더니"…공실률 60% '한류메카' 명동의 눈물

입력 2020-10-04 08:00   수정 2020-10-04 09:32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명동은 주말에는 발 디딜 틈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외국인 관광객이 작년에 비하면 5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관광 안내원은 '한류 메카' 명동의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직접 가본 명동 상권의 모습은 심각했다.

점심시간 식사하러 나온 직장인 무리 사이로 '임대 문의'를 내건 가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명동 중심가로 알려진 '명동8길'과 '명동8나길'처럼 큰 길목에 있는 상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화장품 가게, 기념품 매장, 의류 매장의 휴업·폐업 비율이 높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전에는 명동 내에서도 여러 가맹점을 운영하던 매장들은 현재는 대부분 중심거리에 있는 규모가 큰 매장 한 두 군데를 빼고는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종전에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을 각각 맡기 위해 한 매장에서도 서너 명씩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도 한 두 명 수준으로 줄어 있었다.

대로변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들자 상황은 더했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영업 종료'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가게 내부는 비었고 대신 폐지와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완전히 문을 닫진 않았지만 단축 영업을 시행하는 곳도 많았다.

명동역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A씨는 "버티고 버티다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가는 업주들이 많다. 지난해 매출의 2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임시로 휴업하거나 점포 정리를 앞두고 제품을 급처분하거나 50~70% 세일을 진행하는 상점들도 많았다. 중국인·일본인으로 북적이던 명동의 명물 '명동교자'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여자 2명이 "예전처럼은 줄 안 서네"라고 얘기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선물로 꼽히는 '허니버터아몬드' 매장도 문이 닫혀 있었다. 작년 겨울 기자가 찾았을 때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인근 한 중개업자는 "지금 명동 공실률이 50~60%에 이를 것"이라며 "임대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말 공실률은 70%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외국인들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인근 직장인들로 매출 공백을 메우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평일 점심시간인 정오~오후 1시 사이에는 직장인들로 거리가 활기차고 식당가도 붐볐지만 오후 2시가 지나자 거리는 한산해졌다.
홍대는 비교적 활발…"매출 2.5단계 이전으로 회복중"

다른 날 오후 3시경 방문한 홍대 상권은 비교적 활발했다. 역시 오가는 사람은 종전과 비교하면 많지 않았지만 비어 있는 가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임대 문의를 내건 가게들도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야 한 두 개씩 보였다.

'걷고 싶은 거리'를 비롯해 KT&G 상상마당에서 상수·합정 방향으로 이어지는 홍대 상권 길목 식당들은 영업시간 전인 술집을 제외하고는 이미 영업을 시작한 상태였다. 대부분 저녁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폐업이 속출한 명동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홍대 인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매출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확 줄었다가 최근 회복세라고 귀띔했다.

홍대 상상마당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 이후 어디든 힘든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나. 홍대는 사람들 유입이 그래도 되는 편"이라며 "매출이 작년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2.5단계 이후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가 거리두기 격상 이전으로는 회복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요즘은 그래도 지난해의 50~60% 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 인근 사장님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명동 왜 회복 더디나…외국인 관광객 전년비 1% 수준
서울 번화가의 축으로 불리는 명동과 홍대가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명동이 외국인을 타깃으로 상권이 형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해 2분기(3~6월) 외국인 관광객 5만2487명을 기록, 전년 동기(510만5686명) 대비 99.0%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낮에는 직장인들이 매출을 받쳐주고 있다고 하지만 주요 매출원인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긴 커라 명동 상권 매출이 회복되긴 어렵다. 여기에 값비싼 임대료가 상인들을 폐업으로 내몰았다.

명동역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C씨는 "명동은 임대료가 매우 비싼 데다 외국인 관광객 발길까지 끊어지다 보니 다른 번화가 상권과 달리 회복이 더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명동이 외국인 대상의 '바가지 상권'이라고 인식돼 정작 내국인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안의 중국'으로 인식되는 수준. 젊은층 중심으로 코로나 시국에 홍대는 가도 명동은 갈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인 김모 씨(26)는 "명동은 중국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인스타 핫플(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이 많은 곳도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잘 안 가던 곳이었는데 이제 명동을 갈 이유가 뭐가 있냐"며 "맛집, 술집도 많고 예쁜 카페도 많은 곳을 자주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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