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사과한 김정은…'시신 훼손' 국제비난 부담됐나

입력 2020-09-25 15:53   수정 2020-09-25 16:3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 피살 사건에 대해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사과한 것은 가뜩이나 냉각된 남북 및 미·북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시신 훼손’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특정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에 사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간단한 유감 표명을 넘어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북한으로선 최고 수준의 사과”라고 했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등 대남(對南) 도발 때마다 유감 표명을 하지 않거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이례적인 사과 배경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미 정부가 최근 ‘북한과 다시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와중에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면 미국의 태도도 ‘강경 모드’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가 더 얼어붙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수해 복구에 전념하기도 모자랄 판에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보통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김정은 입장에선 우리 정부의 ‘시신 소각’ 주장으로 인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A씨를 해상에서 사살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 당국의 주장은 전면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과 표명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의 철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보낸 통지문과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한 사건 내막이 확연하게 달라 면밀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A씨 사살이 평양 상부의 지시로 이뤄졌는지를 파악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내야 한다”고 했다.

하헌형/강영연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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