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산재 처벌수위…한국 '세계 최고' 수준

입력 2020-09-25 17:03   수정 2020-09-26 00:37

경제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걱정하는 법안 중 하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진을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은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법안에는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유해 및 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해 사업장 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 7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법인에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책임자가 유해 및 위험방지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거나 용인할 때는 전년도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매긴다는 조항도 있다.

경제계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처벌부터 하고 보자”는 ‘처벌 만능주의’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6개월) 일본(6개월) 독일(1년) 영국(6개월)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업주 처벌규정 상한선이 지나치게 높을 뿐 아니라 징역 하한선까지 두고 있다는 이유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대표이사가 수많은 국내 사업장의 세세한 안전사항을 전부 챙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내 기업 CEO들은 모두 예비 범법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검토보고서에서 “경영진의 의무가 명확하지 않아 재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사업주와 경영진이 책임을 물어야 하고, 다른 안전의무 위반범에 대한 형벌에 비해 너무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경영진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산업재해의 80% 이상이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이들 업체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처벌보다는 예방과 감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의 우려에도 이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 법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법안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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