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은 우리 사회의 적인가' 묻게 하는 규제 쓰나미

입력 2020-09-25 17:30   수정 2020-09-26 00:02

정부가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연일 새로운 기업규제 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포장은 ‘공정경제 3법’이지만 실상은 ‘기업규제 3법’인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이 단적인 사례다. 코로나19, 미·중 충돌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에 기업들의 재검토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어이 밀어붙일 태세다.

상법·공정법 개정안이 현실화돼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로 내몰리면 고용과 투자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법무부는 28일 입법예고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담았다. 벌써부터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소송 쓰나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당의 규제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할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은 “문제의 법들이 통과돼도 기업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제계는 공포에 떨다 못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기업이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법정 공방 과정에서 이미지가 나빠지면 매출 감소, 투자 중단 등 유·무형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법률적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아예 파산 위험에 처할 공산이 크다.

국회가 그제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킨 71개 법안 중에도 규제법안이 수두룩하다.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 등의 입점을 금지하는 규제를 5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그중 하나다. 유통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기는커녕 소비 위축,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수많은 실증연구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환경 규제도 마찬가지다.

기업규제가 쏟아지면서 규제혁신은 동력을 급격히 상실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도입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제2 벤처붐을 외치던 정부·여당의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르다. 스타트업 업계도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하기 너무 어렵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임시허가, 실증특례 등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라지만 2년 후엔 어찌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은 채 사업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혁신 주체인 기업을 규제로 옥죄면서 혁신성장을 부르짖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배임죄, 양벌 조항에 과징금과 민·형사 처벌까지 기업인의 의욕을 꺾는 규정도 끝이 없다. 정부·여당과 이에 동조하는 야당에 묻고 싶다. 기업과 기업인이 우리 사회의 적인가.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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