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골목단팥빵은 2015년 카페로 시작했다. 카페에서 사이드 메뉴로 단팥빵을 팔았다. 그런데 커피보다 빵이 더 인기를 끌었다. 주 메뉴를 커피에서 빵으로 바꿨다. 여기서 그쳤다면 평범한 동네 맛집 베이커리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이후 근대골목단팥빵이 성장하는 계기가 있었다. 때마침 대구시가 일제강점기 근대골목을 테마로 한 골목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운영하는 홍두당은 이 프로그램에 맞춰 골목 초입에 1920년대풍의 인테리어로 단장한 근대골목단팥빵 1호점을 열었다.
역사를 테마로 한 스토리를 입힌 투어 프로그램의 효과는 대단했다. 관광객들은 역사 탐방 속 미션을 하듯 근대골목단팥빵을 비롯한 여러 대구 지역 브랜드의 빵을 사갔다. 소비자가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마케팅 효과였다.
근대골목단팥빵은 브랜드명부터 브랜드의 거점인 대구시의 유명 관광지에서 따와 지역민에게는 공감과 향수를, 다른 지역 소비자에게는 호기심과 신선함을 이끌어내는 이야깃거리로 만들었다. 또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나 제품 생산, 서비스 과정과 관련한 비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
홍두당은 오는 11월 본사 건물을 새로 매입해 이전한다. “돈 좀 벌어서 사옥을 통째로 샀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세(社勢)를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이사다.
새로 이사가는 사옥 터는 근대골목 안쪽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1호점도 이곳으로 옮겨 본사 사옥과 합친다. 창업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결단이다. 밀가루 등 식자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공장 지대나 근무환경이 쾌적한 오피스타운 대신 사옥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길을 택했다.
정성휘 < 홍두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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