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기관이 적지 않았다. 빅히트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117 대 1로, 역대 최고 기록인 카카오게임즈(1479 대 1)를 넘지 못한 이유다. 기관이 제시한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43.85%로, SK바이오팜(81.2%)과 카카오게임즈(58.6%)보다 낮았다.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보다 단기 차익을 실현하려는 기관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예측에는 허수가 많아 무조건 신뢰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기관들은 일반 청약과 달리 청약 증거금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실제 납입 능력을 넘어서는 물량을 써내는 사례가 흔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97.6%의 기관이 공모가의 상단을 써냈다고 해서 공모가가 적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공모주 상장 규정을 감안할 때 첫날 기록할 수 있는 최고 주가는 35만1000원이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정해진 뒤 상한가를 기록했을 때 가격이다. 이 경우 시총은 약 12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30위권 내에 진입하게 된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빅히트의 적정 주가는 16만~38만원으로 격차가 크지만,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의 30%에 불과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 상품을 살 수 있는 증권 계좌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24일 기준 62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이 빅히트를 겨냥해 모집한 펀드는 24일 하루 만에 2400억원이 몰렸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빅히트 일반 투자자 청약증거금으로 1만 명에게 최대 4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까지 내놨다.
지난달 4조원 이상 늘어난 은행 신용대출 증가액 중 일부가 빅히트 청약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BTS의 팬클럽인 ‘아미’도 공모주 청약에 대거 가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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