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패러다임이 변한다

입력 2020-09-28 17:59   수정 2021-07-21 14:49

지난 수십 년간 원유 시장은 ‘성숙기’였지만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원유 소비의 정점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는 수년 안에 포화상태를 맞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 전망은 소비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영국의 석유 메이저 BP는 이미 2019년이 정점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요 감소의 위협이 언제이든 한 세기 가까이 시장을 지배해온 전략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수요가 왕성한 시대에 경쟁 산유국들은 종종 시세 반등을 위해 감산에 합의했다. 수요가 계속 줄어들면 이런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산유국들은 자국의 원유를 팔려고 서두르면서 앞다퉈 원유를 더 많이 채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올해는 공급 과잉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20% 줄면서 이 같은 미래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게 됐다. 석유 소비의 정점을 찍은 뒤 수요 급감보다는 정체기와 완만한 감소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일단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시세가 심하게 변화하면서 석탄 및 발전용 중유처럼 하강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유 감산전략 먹혀들지 않아
산유국들은 경쟁적으로 기업이 자국에서 채굴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들은 지질적 요건은 바꿀 수 없지만 세금과 규제를 조정할 수 있다. 앨런 겔더 우드매켄지 연구원은 현재 이런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르웨이, 러시아, 앙골라 등이 새로운 우대책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역사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오늘날 ‘세븐 시스터즈’(슈퍼 메이저들의 전신)로 불린 기업은 생산과 가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협력해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이를 넘겨받아 지난 60년간 비슷한 역할을 했고 러시아도 거기에 참여했다. OPEC은 가격 불안정으로 한때 해체되는 경험을 했지만, 오히려 이번 위기 속에서 부활했다. 산유국이 자국에 매장된 석유가 아직 채굴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 ‘서부 개척 시대’와 같은 생산 러시가 유전을 덮쳐 유가가 폭락했던 초기의 시대를 방불케 할 수도 있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OPEC이 없었다면 지난 30년간 유가 변동성은 현재보다 거의 두 배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갈수록 油價 변동성 심해질 듯
물론 유전 탐사가 줄면 수요 감소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올해 주요 석유기업은 전망치를 수정해 대폭적인 감손 처리, 새로운 투자 기준 도입, 설비투자 예산 절감을 단행했다. 유럽 산유국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은행은 석유기업들에 대한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유전을 시추하기 위한 자금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지닌 각국의 최대 산유업체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로 공급량은 견고해질 것이다. 적이면서 동지인 산유국 간 새로운 장기 쟁탈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원유시장의 앞으로 50년은 지난 50년과는 상당히 다를 것 같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로셸 토플렌스키 칼럼니스트가 쓴 ‘Peak Oil Is Already Shifting Markets’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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