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코로나와 추석, 그리고 소망하는 것

입력 2020-09-28 17:56   수정 2020-09-29 00:27

익숙한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항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업무 환경이 바뀌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달라지고, 친구나 지인들과의 만남이 줄고. 이번 추석엔 고향 내려가는 것조차 당연하지 않은 게 돼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령층에 치명적이다 보니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조심스럽다. “불효자는 ‘옵’니다”라고 하는 마당이니.

답답한 일상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눈부시게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SNS엔 작품 같은 하늘과 구름 사진이 넘쳐난다. 야외로 뛰쳐나가고픈 유혹을 견디기 쉽지 않다. 산마다 등산객이 빼곡하고, 골프장은 ‘풀부킹’이다. 추석연휴 기간 주요 관광지 숙박 예약률은 80~90%에 달하고, 제주도에는 30만 명이 간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바람을 쐬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게 마스크 챙겨 쓰고 놀러가는 사람들의 항변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북반구 겨울이 다가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2차 대유행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선 확진자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전 세계 확진자는 333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는 28일까지 확진자 2만3661명, 사망자 406명이다. 재봉쇄를 검토하는 유럽과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 조절을 통해 아슬아슬 버티는 모습이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5월 연휴, 7~8월 휴가철 등 사람들의 이동이 많았던 시기 이후엔 어김없이 확진자 수가 늘었다. 추석연휴가 있는 10월이 불안한 이유다. 거리두기 강도가 조금만 세져도 일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8월 말부터 2주간 시행된 2.5단계를 통해 경험했다. 거의 매일 가던 커피숍의 의자는 사라지고, 저녁 9시만 되면 모든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독서실 폐쇄로 학생도 부모도 힘들어했다. 이 모든 것이 자영업자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다.

코로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우울)’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국내에선 성인 절반가량이 크고 작은 우울감을 느꼈다는 설문결과가 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유행 이전과 비교해 무기력이나 의욕저하를 경험했다는 사람의 비율이 3배 이상 늘었다. 우울증과 무기력, 그다음 단계는 분노다. 분노조절장애 같은 질병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인내심이 줄어든다. 직장에선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아진다. 재택근무도 업무 효율성 측면에선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비대면 환경에 따른 불안과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구글 애플 같은 기업들은 명상 프로그램 도입 등 직원의 마음 상태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사람들의 우울감이나 분노는 직장에서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마이너스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내 편과 네 편 갈등이 고조된다. 정치권은 표를 위해 이를 ‘활용’하고, 때로 부추긴다. 나랏돈을 풀 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 정서적 고립감은 포퓰리즘 확산의 토양이다.

내일부터 추석연휴다. 코로나 안부 외에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 사건과 정부 대응,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생활 특혜 의혹, 폭등한 집값과 부동산 규제, 동학개미와 주식시장 등이 가족 식탁에서의 대화 주제가 될 듯싶다. 주식으로 돈 번 얘기를 빼면 이 또한 다 우울하다. 그럼에도 가족만남과 여행, 휴식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코로나 스트레스를 함께 견디고 있는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말을 건네자. 어디서든 거리두기는 기본이다. 추석 당일 날씨는 흐리지만 구름 사이로 한가위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예보다. 각자의 마음속에도 희망의 보름달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 추석 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하며.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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