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이유로 엄벌·봉쇄·금지…기본권 침해 도 넘었다

입력 2020-09-28 17:54   수정 2020-09-29 00:23

정부가 10월 3일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연일 엄포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개천절 집회가 ‘반(反)사회적 범죄’라며 “어떤 관용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불법 집회 참가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수가 모이는 집회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데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반사회적 범죄’라고 규정한 것이나 참가자를 현장 검거하겠다는 방침은 과잉 대응으로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49조에 근거해 개천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장의 집회금지 조치를 어기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은 49조 위반에 대한 벌칙으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다. 총리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위법에 대해 현장 검거를 지시한 셈이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가 다분하다.

개천절 집회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5조의 ‘공공의 안녕 질서 위협’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조항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할 경우’에 한해 집회 금지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 주장과는 달리 8·15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 재확산 간에 명백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다. 개천절 집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과한 것은 물론 신경질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차량시위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차량을 견인하겠다는 경찰청장의 발언도 법적 근거가 빈약할 뿐 아니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역을 앞세워 과학적 근거 없이 국민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확진자 동선 공개나 자가격리자에 대한 과잉 감시가 그렇고, 노래방 PC방 등에 대한 과도한 영업 제한도 마찬가지다. 방역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민 기본권과 재산권을 마구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장기화 속에 방역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왜 ‘방역 독재’라는 비판이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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