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금주의 심리로 읽는 세상] 코로나 침체에도 명품 소비 급증한 이유

입력 2020-09-28 18:03   수정 2020-09-29 00:21

추석 연휴에 귀향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권고가 있었지만, 되레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급증했다. 제주도로, 강원도로 향하는 사람들로 여행업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해하던 이들이 이번 연휴 동안 가족들과 모이는 대신 여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예약이 끊겨 허덕이던 업체들로서는 반가운 일인데, 한편으로는 여행지에서 확진자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 이중적인 마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업종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배달 음식 소비가 급증하고, 명품 소비는 되레 늘었다. 올 들어 8월까지 백화점 매출은 대부분 줄었으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된 신혼부부나 주식 호황으로 돈을 번 젊은 층이 명품을 구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명품 등 다른 소비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9·11 테러 직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으나 보석·시계·스포츠카 등 명품 소비는 조기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9·11 테러로 겪게 된 심리적 트라우마로 인해 알코올 소비량뿐 아니라 충동소비도 급격히 늘었다.

이런 현상은 ‘테러 관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테러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위협을 자각할 때 스스로를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죽음의 위협을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심리가 작동한다.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지고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진다. 그중 하나가 소비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 즉 소유와 부는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통제감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통제력을 상실하면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벗어나려고 자신이 주변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을 자신이 통제해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정신건강상 긍정적인 요소다. 개인이 인식한 통제감이 높을수록 더 건강하며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낮은 수준의 통제감은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적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통제감을 상실하면 이를 보상하려 한다. ‘보상 통제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외부 자원을 획득함으로써 통제감을 높일 수 있다. 즉 자신감이 결여되면 일정한 행동을 통해 본인의 통제력을 확인하고 인식하려 한다. 그중 하나가 소비 행동이다.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통제감을 느끼게 된다. 특정 제품의 소비는 개인의 통제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품이라든지,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명품 소비가 급증한 것도 자신의 힘을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인간의 연약한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닌가 싶다. 궁핍할 때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서 괜한 소비를 하는 심리도 마찬가지다. 죽을 운명을 가진 인간이기에 죽음과 같은 위협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지도 모른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죽음에 대한 무의식은 남은 시간을 붙들려 하고, 소비함으로써 통제감을 재확인하게 한다.

소비 위축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충동 소비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소비가 혹시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불안으로 인한 사치 소비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충동적 소비가 때로는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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