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친문'과 '국민' 사이 어정쩡한 한달

입력 2020-09-28 17:14   수정 2020-09-29 01:29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의 리더십을 두고 당 안팎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의료계 진료 거부를 풀고, 야당과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파’(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를 향한 행보를 강화하느라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28일 “한 달가량 이 대표의 행보를 볼 때 무난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선 주자로서 인상적인 ‘한방’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의료계 진료 거부 사태 해결
이 대표의 첫 성과는 극단으로 치닫던 의료계의 진료 거부 사태를 해결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당 내부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성 목소리도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식적인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한정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정책위원장으로 선임해 대화로 문제를 풀어내는 용병술도 발휘했다는 평가다.

4차 추경을 9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공존했다. 정부안이 제출된 지 11일 만에 야당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양보와 협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통신비 2만원 지급 등을 두고 혼선을 노출하며 전 국민 지원에서 선별 지원으로 바꾼 것은 매끄럽지 못한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정부 대관료 민원을 듣고 이틀 만에 당국의 시정 조치를 끌어낸 것이나 매주 전통시장을 찾는 등의 행보도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과거 총리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선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의 꼼꼼함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당대표와 대선 후보로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허락된 6개월 당대표 임기는 국가 경영의 비전을 보여주기도 짧은 시기인데, 작은 것에만 연연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 구애
이 대표가 연일 당내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을 하는 것이 대선 후보로서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강성 지지자들과 관련해 “상식적인 분들,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자들은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소신 발언하는 인사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SNS에 찾아가 막말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논란에 대해 “병역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라며 공개 사과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청년들에겐 불편한 상황”이라며 쓴소리했던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모두에게 욕설 문자 폭탄과 악성 댓글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강성 지지자의 존재가 과하거나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고, 끊임없이 당의 대처와 지향을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도 한다”고 답했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공무원 사살·소각 사건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며 ‘화장’이란 표현을 쓴 것도 문제가 됐다.

임기가 6개월 남은 이 대표로서는 앞으로 있을 21대 대선 당내 경선에 대비하기 위해 열성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필요하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훈/조미현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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