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머리에서 집값 얘기 나올까? [김하나의 R까기]

입력 2020-09-30 08:31   수정 2020-09-30 09:04


부동산 시장에서 설과 추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거래량이 늘면서 주로 집값이나 전셋값이 강세를 보인다. 아파트 분양이 성수기도 시작돼 명절시즌은 시장의 분기점이 되곤 한다. 이는 시기적으로 봄이나 가을 이사철과 맞물린 탓이 가장 크다. 명절 전에는 이런저런 준비로 이사에 신경쓸 여력이 없고, 설 전은 춥고 추석 전은 덥다보니 집을 알아보기 쉽지 않은 계절 탓도 있다.

여기에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유는 부모님의 도움이다. 모처럼 고향집에 내려가 부모님과 상의를 하고 도움을 약속받는 게 흔한 얘기다. 전국에 모인 친지들이 부동산 얘기를 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또한 명절이다. 결혼할 사람을 인사시키고 본격적으로 신혼집을 알아보는 시기와도 맞아 떨어진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계절적 성수기…文 정부들어 의미없어
추석 밥상머리에 오르지 못했던 얘기는 전세나 분양이다. 그럼에도 전세 계약이 몰려 있는 시기가 추석 이후다 보니 시장은 움직인다. 당연히 매물도 한꺼번에 나온다. 자녀들의 학교를 고려하면 봄보다는 가을 이사철이 전세를 움직이는데 강력한 동기가 된다. 아파트 분양 역시 추석 이후가 그야말로 시즌이다. 사람들이 집을 보러오기 적당한 시기인 봄과 가을에 아파트를 공급하고 2년 정도의 시공기간을 거쳐 입주가 시작된다. 10~11월에 아파트 분양이 많고, 봄에 입주 아파트가 많은 까닭도 이와 맞물린다.

부동산 시장은 설과 추석 이후에는 '계절적' 성수기를 맞았던 셈이다. 반대로는 설과 추석 전에 시장이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매년 반복됐던 이러한 패턴이 깨졌다. 치솟는 집값과 쏟아지는 정책에 계획이라는 걸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쳤다. 가족들과 친지들이 여유롭게 모여서 집 얘기를 할 자리조차 없다.

전문가 대부분은 추석 이후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서울의 아파트값이고, 상승 강도의 차이는 있다. 다소 엇갈리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전망은 전셋값이다. 전셋값이 오른다는 데에 반대하는 의견은 찾기 어렵다.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합세(변동률 -1~1%)를 보일 것이라는 응답이 50%(25명)로 가장 많았다. ‘1~2%대 상승’과 ‘3% 이상 상승’이라는 답은 각각 34%(17명), 4%(2명)였다. 전셋값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48%는 ‘연내 3% 이상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1~2%대 상승’이라고는 46%가 동의했다. 94%가량이 전셋값 강세를 예상했다.

매매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줄다리기 양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93.2을 보이며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졌다. 가격 상승에 대한 전망을 의미하는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또한 이달 108.8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서울 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42.6이다. 통계가 집계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105를 기록한 이후 7월 131.9, 지난달 140.2로 매달 상승하고 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표현되며 100을 넘길수록 상승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집값 전망은 다소 엇갈리지만…전셋값 전망은 대부분 '상승'
'전셋값 상승', '전세의 월세화', '전세매물 부족'을 예측하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정부의 정책들은 의도 여부를 떠나 전세매물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당 평균 전세가는 1026만4000원을 기록했다. 전달 가격(998만8000원)보다 2.8% 오르며 ㎡당 1000만원대를 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8일 전세가 8억원에 실거래됐다. 은마 아파트가 어떤 곳인가. 아파트는 오래돼 살기 힘들지만, 주변 환경으로 세입자들이 넘쳐나던 곳이다. 교육열을 갖고 전셋값 4억원대에 꾹 참고 살았던 곳이다. 이 면적의 전셋값은 수년간 3억대를 유지하다가 2014년 4억대에 들어섰고 이후 6년간 4억대를 지켜왔다. 작년 9월에도 같은 면적은 4억7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이를 7억~8억대로 뛰게 만든건 지난 몇개월 새였다.

재건축 과정의 우여곡절과 집값의 들썩임 속에서도 유지했던 전셋값은 임대차법을 맞아 흔들렸다.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매물 감소다. 세를 놨던 집에 들어와 거주하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었고, 눌러사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정부의 6·17대책과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변화다. 대치동의 A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 전세가는 수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면서 "올해들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다가 이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은마 뿐만 아니다. 전국 주요 지역에서 '전세의 성지', '신혼부부 전셋집'이라고 불렸던 매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래됐지만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아파트들들이다. 전셋값은 급등하고 월세 전환 물건이 늘고 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시행된 임대차법이 임차인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 됐다.

추석 밥상머리 근처도 못갔던 전세문제는 이제 본격적인 화두가 됐다. 가족 중에서 전세 걱정을 하는 구성원은 누굴까? 보통의 경우라면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3040세대일 것이다. 넘사벽(넘을 수없는 벽이라는 신조어)의 집값에 매수는 하지 못하고 제 힘으로 전셋집에서 버텨던 가족들이다.

올 추석 밥상머리에서 (수험생이나 미혼남녀에게 있듯이) 이런 금기어는 어떨까? "진작에 집 사지 그랬어" (이렇게 집값 오를 줄 알았으면 누구든 샀다), "나도 대출 갚느라 힘들어"(대출이 나올 정도면 능력있는 겁니다), "3기 신도시 괜찮다던데 기다려봐"(당장 전셋집도 없는데 뭘 기다리라구요?), "어차피 전세에서 월세시대로 가는거지"(윤희숙 의원 동영상 보고 오길)….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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