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기 "'악의꽃'으로 다시 만난 문채원 덕분에 자신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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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9 17:30   수정 2020-09-29 17:32

[인터뷰+] 이준기 "'악의꽃'으로 다시 만난 문채원 덕분에 자신감 얻어"



배우 이준기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tvN '악의 꽃'은 이준기의 모노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졌지만, 그중에서도 이준기가 연기한 도현수는 14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 이후 자신의 이름과 감정을 철저히 숨기고 백희성으로 살아오다가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고, 과거의 잘못된 사건을 바로잡으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한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고, 여기에 스릴러와 멜로, 액션까지 자유롭게 변주되는 장르를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그 모든 것들을 이준기는 해내면서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악의 꽃' 촬영에 집중했던 이준기는 코로나19, 태풍 등의 위기 상황을 견디고 "무사히 작품을 완주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크리미널 마인드'에 이어 3년 만에 재회한 문채원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호흡을 맞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악의 꽃'을 추억했다.
다음은 이준기의 일문일답


▲ '악의 꽃'을 끝낸 소감이 어떤가요?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져요.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하네요.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입니다.

▲ '악의 꽃'이 재밌긴 하지만 신인 작가의 작품이었고,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작품으로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악의 꽃'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는 거였어요.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내가 과연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자칫 배우 이준기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와 전체적인 밸런스를 붕괴시키지는 않을까'와 같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한 거죠.

다행히 2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계속해서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운명과도 같은 작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던 거 같아요.

그리고 문채원 씨와도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이 작품을 잘 만들어간다면 서스펜스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우리만의 독특하고 유니크한 감정선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작품 출연 결정을 더욱 확고히 했던 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악의 꽃'은 저에게 있어 과감한 결정이었어요.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상상력이 좋은 자극제가 되었죠.

유정희 작가님과는 드라마 촬영 전 준비 기간부터 함께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정말 열정적으로 매 신들이 가지고있는 복선이라든지 감정선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셨기에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되었죠. 작가님에게서는 작품에 대한 엄청난 애정이 느껴져서 저 역시도 정말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전적으로 저를 믿어주시고 도현수라는 인물을 살아 볼 수 있게 해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백희성과 도현수를 연기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신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 거 같아요.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되어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었죠.

▲ 금속공예가, 남편, 아빠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였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을까요?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어요.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해 두었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죠.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는데요.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어요. 그래서 꽤나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장난도 치면서. 그래서 은하와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 가서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었죠. 어떤 날은 연기한 것보다 은하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하하.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아무래도 문채원 씨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 나갔어요. 채원 씨는 굉장히 섬세해서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예요. 그래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워줬죠.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그리고 도현수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도 많은 배우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무진이 역에 서현우 씨와는 성격적으로도 잘 맞아서 초반부터 백희성의 삶을 살아가는 도현수의 이미지를 만드는데에 큰 도움을 받았죠. 상당히 리액션이 좋은 배우여서 촬영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브로맨스 신들이 만들어지고 그랬죠 하하하.

도현수의 모든 서사들은 결국 각 인물들과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집중했었습니다.

▲ 아파트 난간 신, 물고문 장면 등 고난도 액션이 많았는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나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만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장면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 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제가 좋아하는 액션을 10분의 1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어요. 제가 평소에 보여드리던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거든요. 하지만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액션보다는 감정에 더 집중했던 거 같아요.
처절하게 내몰리는 신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더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꼽아 준다면요?

저는 정말 다 좋았어요. 하나도 빠짐없이. 그럼에도 하나를 꼽자면 현수가 처음으로 감정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 장면을 그려내기까지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리허설을 할 때조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하면 할수록 막히는 부분이 생겼어요.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분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에는 처음 제가 그 회차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대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으로요. 그렇게 수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만든 신이에요. 찍고 나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게 기억나네요.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마지막 회에서 현수가 지원이에게 해주는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는 대사에요. 기억을 잃은 현수가 가슴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 지원이 내밀었던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거죠.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거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요.

▲ 촬영기간이 적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부터 가을까지 달려왔는데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극을 이끌어 왔는데요. 비법이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운동을 좋아합니다. 주짓수도 꾸준히 했었어요 올해 2월정도 까지는. 하지만 전국민이 힘들어하시는 코로나19 시국에서 저 역시도 운동을 따로 할 수가 없었죠, 뭐 그렇지만 제 모토는 '몸은 정신이 지배한다'이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렇게 현장에서 수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다보면 오랜 촬영 기간도 힘들지 않게 좋은 추억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악의꽃' 방영과 함께 팬들의 전광판 이벤트도 화제를 모았어요. 후배 연기자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이준기 씨의 인기는 흔들림이 없는데요.

이번 작품은 멜로적 특성이 짙었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다양한 계층의 팬 분들이 많아져서 신기했어요. 시작부터 글로벌 팬 분들이 서울 전역에 다양한 광고를 진행해주시기도 했고, 방영 중에는 실시간으로 지원이와 현수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하는 등 함께 아파하고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죠. 해외에서 실시간으로 우리 드라마를 즐겨주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 순수한 표현과 리액션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사하더라고요.

▲ 그렇다면 배우 이준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의 매력은 글쎄요. 작품에 녹아든 배우로서의 모습들을 팬 분들이 조건 없이 좋아해주시고 함께 공감해주시는 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 이준기로서의 평범한 모습에도 무한한 사랑을 보내주시는 팬분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 문채원 씨와는 '크리미널 마인드' 이후 두번째입니다.

사실 '악의 꽃'이라는 작품을 고민하기 전에도 몇 번 만나 각자 고민 중인 작품 이야기라던지 인생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어요. '악의 꽃'을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을 때도 채원 씨가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죠. 그래서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제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 받고 도움 받기도 했어요. 차지원이 있었기에 도현수의 감정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거죠.

극의 몰입도를 매우 잘 만들어내는 배우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 작품에서 차지원의 감정을 표현해내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정말 고생도 많았고, 다음에 꼭 맛있는 거 사줘서 기력 회복을 시켜줘야겠어요. 하하하

▲ 두번째라 좋았던 점이 있었는지, 두번째라 처음과는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이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멜로 연기를 함께 맞췄다는 거겠죠. 문채원 씨가 가진 멜로의 힘은 남달라요. 정말 사랑스럽다가도, 애틋하고, 또 슬프도록 처연할 때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함께 그려나갈 연기 합이 기대가 되어 이전부터도 채원 씨와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연기적인 욕심이 있었죠. 감사히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멜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연애할 때와 같은 소소하고도 행복한 일상들을 더 찍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너무 절절한 멜로의 비중이 컸으니까요. 하하.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나간 멜로 호흡은 너무나 만족스러웠어요.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좋은 연기 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악의 꽃'은 이준기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항상 작품에 임할 때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욱 행복감을 느끼고 있죠.

사실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고요. 그렇기에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 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 인사 전하고 싶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요. 특히 저는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성실하게 몸과 마음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왕의남자'가 개봉한 지 15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꽃미남'부터 다양한 수식어를 얻었는데요. 가장 기분 좋은 수식어는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믿고 보는 배우'가 가장 좋은 수식어겠죠. 그러한 평가들은 저에게 더 많은 도전의 기회들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감사하죠. 그리고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을 바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 그렇다면 앞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앞으로 얻고 싶은 수식어는 따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다만 앞으로 배우 이준기의 행보를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또 어떠한 수식어를 붙여주실까 궁금하긴 해요. 그래서 더 잘 살아 보려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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