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수입만 247억원"…중국 여성들 열광하는 '립스틱 오빠' [김정은의 명품이야기]

입력 2020-10-02 17:38   수정 2020-10-08 13:37



5분 동안 BMW 미니쿠퍼 100대를 판매해 '쇼핑 여신'으로 불리는 팡이민(方夷敏), 1분 만에 립스틱 1만4000개를 팔아치우는 전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립스틱 오빠'란 별명을 갖고 있는 리자치(李佳琦). 이 사람들이 입을 열 때마다 수억원어치 명품이 팔려나간다. 이들은 우리나라 인구보다 더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인 왕홍(網紅)이다. 왕홍은 왕뤄훙런(綱絡紅人)의 준말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사람, 즉 우리말로 하면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정도가 될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정상 영업을 못 하고 집콕족들이 늘면서 '라이브커머스'가 세계적인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라이브커머스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동영상을 보다가 궁금한 걸 채팅창으로 물어보면 왕홍이 바로 대답한다. 화면 채팅장 아래 스토어, 장바구니, 바로구매 등의 버튼이 있어 즉석에서 구매가 이뤄진다. 왕홍이 내 얘기에 반응을 보이면 사람들은 친근함에 더 열심히 지갑을 연다.

라이브커머스는 코로나 수혜를 톡톡히 보게 됐다. 생방송 플랫폼과 전자상거래가 결합되는 추세 속에 왕홍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중국 온라인 유통업계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글로벌 명품업체들까지 얼마 전부터 라이브커머스로 눈을 돌리면서 특급 '큰손' 왕홍들을 잡기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기자 출신 쇼핑여신 팡이민
중국 왕홍 중에서 패션분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쇼핑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팡이민이다. 서양에선 '베키 리'로 불리는 팡이민은 원래 기자였다. 중국 매체 남방도시보에서 8년간 기자로 일했던 그는 평소 명품 쇼핑을 좋아했다. 2014년 10월 쇼핑 관련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기자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파워블로거 생활을 시작했다.

도회적이면서 예쁜 외모와 더불어 센스 있는 쇼핑 콘텐츠로 온라인상에서 중국 네티즌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고 2016년 샤넬을 시작으로 전세계 명품업체들과 협업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 중국 광군제 때는 미국 디자이너 레베카 밍코프와 함께 한정판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팡이민은 특히 명품 판매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명품 판매 쇼핑몰 스쿠왕과 협업해 기획한 '베키의 이동옷장' 쇼핑 행사에서 2주 동안 매출 2000만위안(약 34억2700만원)을 올렸다. 기자 출신답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획력에서 다른 왕홍들과 차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기세를 몰아 핸드백과 의류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했다. 위챗에서 5분 만에 BMW 미니쿠퍼 100대를 판매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명품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자 팡이민은 본격적인 '왕홍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의 회사엔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하며 위챗 계정 5개와 의류 브랜드 2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중국 징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최근엔 명품 브랜드 발리와 생로랑 등과 손잡고 라이브커머스로 제품을 판매했다.

팡이민은 자신의 영향력을 쇼핑에만 국한하지 않은 채 보다 넓은 방향으로 확대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리고 있다. 그는 얼마 전 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 영향력과 탄탄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중국의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쇼핑과 자기계발을 연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오빠 된 화장품가게 점원
"와 세상에! 너무 예쁘네요(我的? 好好看?)!"

한 남성이 자신에 입술에 립스틱을 꼼꼼하게 바른 후 거울을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 말에 중국인들은 환호하면서 판매량은 쭉쭉 올라간다. 중국 왕홍 중 뷰티 분야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이는 20대 후반의 남성인 리자치다. 그는 특히 색조 화장품 분야의 라이브 판매방송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린다. 연예인 만큼 유명세를 떨치는 덕분에 그를 따라하는 어린이 왕홍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의 별명은 '립스틱 오빠(口?哥)'다.

리자치는 중국 난창의 한 쇼핑몰의 화장품 좌판에서 색조 제품을 판매하던 점원이었다. 판매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여성 소비자들을 상대했던 이 청년은 2017년 상하이로 건너가 '왕홍 육성 프로그램'에 지원해 여성 색조화장품 분야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시간 동안 립스틱 380개를 입술에 바르면서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색상 테스트를 하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친근하면서도 소탈한 모습과 특유의 리액션,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에 중국 여성들은 열광했다.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호감을 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남성으로서 여성 화장품을 개척한 리자치는 왕홍들 중에서 독특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징데일리는 분석했다.

이제 리자치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8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더 많다. 펑파이신문은 리자치가 한해 벌어들이는 수입을 1억6000만위안(247억4000만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자치가 집어드는 색조화장품은 일단 '완판'된다. 명품 화장품업체들마저도 리자치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5억명이 보는 라이브커머스 "글쎄"
왕홍들이 주도하는 왕홍 시장 규모는 1000억위안(1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왕홍들이 중국 소비시장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자 전세계가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왕홍들이 나오는 라이브커머스의 이용자 수 규모는 5억명에 달한다.

왕홍이 이끄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날개를 달았다. 치엔잔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시장규모는 3900억위안(66조8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4% 증가했으며 올해는 6000억 위안(102조8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전망치라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2억6500만명으로 전체 전자상거래 이용자의 37%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선 리옌홍(李彦宏) 바이드 회장, 거리전자(格力?子)의 동밍주(董明珠)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계 콧대 높은 명품업체들도 왕홍을 잡기 위해 줄을 서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거셌든 왕홍들에게도 논란과 구설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리자치는 지난해 프라이팬 주방용품을 판매하던 중 "코팅이 강력하다"면서 계란 프라이를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계란이 프라이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왕홍이 주도하는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홍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중국 내부에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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